슬기로운 어린이집 생활 8
모든 것이 완벽했다.
똘망똘망 맑고 큰 눈에 뽀얀 피부
적당히 오똑한 코를 갖췄다.
인형처럼 참 예쁜 아이.
또래보다 제법 큰 키에
음식도 골고루 잘 먹는다.
문제집에 있는 정답만 쏙쏙 고른 듯,
말도 참 예쁘게 한다.
아이를 보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게다가 교우관계도 좋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면
항상 귀 기울여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함께 활동할 때는 협력도 잘한다.
어려운 친구, 힘든 친구도 잘 돕는다.
"내가 도와줄게."
재미있는 활동을 하다가도 친구가 하고 싶어 하면
" 너 먼저 해. 난 괜찮아."
망설임 없이 바로 양보해 주며,
배려심도 높은 아이다.
그뿐인가.
활동에 대한 이해력도 높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졌겠지?
영리하고 똑똑하기까지..
이 영리함은 글씨를 봐도 알 수 있다.
글씨도 반듯반듯하다.
늘 이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이런 딸을 키우는 부모는 걱정이 하나도 없겠구나.'
'아이를 보며 매일 웃음꽃이 피어나겠구나"
하원할 때 데리러 오시는 아이 할머니와의 대화는
칭찬으로 시작하고 칭찬으로 끝났다.
선생님이 보기에는,
항상 예의 바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
친구들과 다툼도 없고 사이좋게 잘 지내며
똑 부러지게 자기 할 일을 잘하는
마냥 예쁘기만 한 아이였다.
그래서 엄마의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한
깊은 고민을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항상 친구들에게 거절을 못해요.
자기 생각이 있으면 표현도 좀 하고,
원하는 것에 있어서는 욕심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늘 주변을 살피고 양보하고 배려만 하는 모습이
엄마 입장에서 보면 속상해요."
엄마의 마음을 알고,
나는 아이의 겉으로 보이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지 않고
원영적 사고로 바라보며
지도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배려와 양보만 하는 아이는
겉으론 착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당장은 어른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면
자신을 잃고 상처받기 쉬운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자기 표현력을 키우며 건강
한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지도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적절한
지도를 하게 되었다.
1. 감정 표현에 익숙해지게 한다
-“싫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해준다.
“싫었는데 말 안 해서 속상했구나.
괜찮아. 다음엔 말해도 돼.”
-감정카드를 활용한다.
슬픔, 분노, 당황, 기쁨 등의 표정을 카드로 보여주고
“지금 어떤 기분이야?”하고 물어본다.
-감정 일기 쓰기나 그리기를 한다.
하루 한 장씩 오늘 기뻤던 일, 싫었던 일 등을 자유롭게
그리게 한다.
2. 자기주장하기를 연습해 보며 말하는 힘을 키운다.
-역할극을 자주 한다.
“친구가 장난감을 뺏었을 때 뭐라고 말할까?”
“양보하고 싶지 않을 땐 어떻게 말하지?”
“지금은 내가 먼저 쓰고 있었어.”, “다 쓰고 나서 빌려줄게."
-YES / NO 말하기를 연습하며, No를 말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준다.
"친구가 같이 책보 자고 하는데 지금은 안 하고 싶어,
그럴 때는 어떻게 말할까?”
-의견 물어보기 습관화로 자기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
준다.
“너는 어떤 게 더 좋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3. 건강한 배려와 자기 보호의 균형을 알려준다.
-참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님을 인식시킨다.
“항상 양보하는 게 착한 건 아니야.
네 마음도 똑같이 소중해."
-'착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생각과 감정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
-배려하면서 자기 마음을 전달하는 연습을 한다. 거절의사
를 밝혀도 상대가 무조건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경험을 쌓게
해 준다.
“지금은 내가 쓰고 싶어. 그런데 네가 기다려줘서 고마워.”
"내가 지금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하고 빌려줘도 될까?"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우선시 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