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어린이집 생활 9
'결혼식 놀이는 어떨까?'
나와 가족을 주제로 활동을 계획하던 중,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 당시 시립어린이집에서 7세 반을
담당하고 있던 나는
아이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활동을 무척 좋아했다.
정해진 각본은 없다.
역할도 아이들이 정해 보기로 한다.
신랑
신부
하객
화동
주례사
사회자
축하공연팀
또 누가 필요했던가?
아이들은 필요한 역할을 서로 이야기 나누고
원하는 역할을 정한다.
필요한 준비물을 생각해서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면
자료실에서 챙겨서 가져다준다.
없는 건 미술 영역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다.
스스로가 이 활동에 주인공이 된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활동에 빠져들었다.
신부역할을 하기로 한 아이와
주위에 남아 여아 모두
장난스레 면사포를 썼다 벗었다 하며 신이 났다.
결혼식 놀이는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딴딴 따단 딴딴 따단~"
결혼식 행진곡이 울려 퍼지며
복도에 깔린 레드카펫 위로 꼬마 신랑 꼬마 신부가
활짝 웃으며 힘찬 걸음으로 행진한다.
화동이 알록달록 색종이가루를 뿌린다.
하객들의 우렁찬 박수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운다.
주례사와 즐거운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6살 동생반도 하객으로 참여해서
더 풍성해진 결혼식은 화려하고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그 전화벨이 울리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우리의 이 행복을 앗아갈 수 없었다.
"띠리리 띠리리"
교실에 인터폰이 울리고 발신된 곳은 원장실이었다.
그리고 연결된 전화를 받은 나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네? 머릿니요?"
친구와 이야기하다 머리가 간지럽다며
긁고 있는 우리 반 아이의 모습을
우연히 지나가다 본 원장님이
아이의 머릿속을 살펴보셨고, 머릿니를 발견한 것이다.
머릿니에 대해 생소했던 나는
검색을 통해 머릿니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
습한 환경은 머릿니가 살아가는데 좋은 환경이며,
아주 빠르게 기어 다니며 사람의 머리에서 머리로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머릿니라니?!"
교실은 발칵 뒤집어졌다.
게다가 아이는 오늘 결혼식의 꽃 꼬마 신부 역할.
결혼식 놀이 시작 전에
면사포를 여러 명이 썼다 벋었다 하며 웃던
오늘 교실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 머리를 한 명 한 명 확인하고
가정으로 연락을 드렸다.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하원과 빠른 조치가 필요했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머릿니 샴푸를 샀다.
왠지 전화를 끊고나서부터
이상하게 머리가 자꾸 근질근질한 느낌에
오늘 저녁 전용 샴푸를 사서 머리를 감지 않으면
통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 후로 한동안..
우리 반 여자 아이들의 머리는
짧은 단발이 되었고,
남자아이들의 머리는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되었다.
'머릿니야! 결혼식 이벤트로 깜짝 등장한거니?'
그때는 그저 놀라고 당황스럽기만 했던 순간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이 또한 슬며시 미소짓게 되는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음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전염병이나 질병 발생 시 부모의 역할을 알아보자.
단순히 “우리 아이만 안 아프면 돼”가 아닌, 어린이집 아이들
전체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1. 증상 인지 및 조기 대처
아이를 잘 관찰한다. 열이 나거나 콧물, 기침, 설사, 발진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다면 등원 전부터 확인하고 병원 진료
를 간다. "조금만 아픈데 보내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
만 가벼운 증상으로도 다른 아이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
2. 등원 자제 및 회복 시간 확보
발열 후 최소 24시간 이상 지나고,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집에서 충분히 쉬게 한다.
진단명 있는 감염병(예: 수족구, 독감 등은 병원 진단서,
또는 회복 후 등원확인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3. 어린이집과의 협조
질병 발생 시 정확하고 솔직하게 선생님께 상황을 공유한다.
“어제 열이 났어요. 오늘은 좋아졌지만 하루 더 쉴게요."
4. 예방을 위한 가정 내실천
손 씻기, 양치, 기침 예절, 마스크 쓰기 습관 등 가정에서부터
면역력을 높이는 식단을 유지하고 수면 습관을 점검한다.
또한 예방접종은 시기에 맞춰서 완료한다.
소중한 우리 아이,
모두 함께하는 작은 배려가, 내 아이의 건강한 어린이집 생활
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