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어린이집 생활 7
늘 같은 자리였다.
아이는 그곳이 제 자리인양
늘 한자리에 앉아있었다.
친구와 까르르 웃으며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
퍼즐조각을 이쪽저쪽으로 끼워보며
친구와 이야기하는 아이,
악기를 꺼내서 흔들고 두드리며 탐색해 보는 아이,
교실은 아이들의 활기와 에너지로 가득했다.
왜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걸까?
묻고 싶었지만, 일단 아이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친구와 상호작용은 없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가는 곳은
동화책이 많은 언어영역,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다.
"저거 선생님에게 좀 줄래요?"
교사가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건을 건넨다.
수용 언어는 발달되어 있구나.
듣고 이해하는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어머님은 얌전히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에 집중하는 자신의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째보다는, 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둘째 아이의 육아로 늘 바빴다.
아이에게는 적절한 언어적 자극이 필요했다.
아이의 말하기, 듣기, 이해력, 표현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었다.
간식시간, 정리시간 등 일상적 활동 시간에도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를 사용한다.
"이건 작고 네모난 상자예요."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확장해 본다.
"이 인형은 뭐 하고 있을까요?."
"자고 있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이가 말을 할 때 끝까지 들어주고
적극적인 반응을 해준다.
"이거 못하겠어요."
"아 그 부분이 좀 어려웠구나. 한 번만 더 시도해 볼까?"
"그래도 진짜 어려워요."
"선생님 도움이 필요할까?"
손유희, 말놀이, 동화책 읽어주기, 역할 놀이 등
다양한 언어활동을 하며 언어 감각을 자극한다.
이와 동시에 가정에서의 협력을 부탁드린다.
티브이나 스마트폰보다는 가정에서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늘려보도록 이야기한다.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해서는
부모가 수다쟁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매일 10~15분이라도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 읽은 후에 "어떤 장면이 재미있었어?"등의
질문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대화하기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려드린다.
아이의 말이 어눌하거나 서툴러도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준다.
"왜 말을 안 해?."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야." 등의
표현으로 아이의 말을 지적하고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아이의 말에 즉각적 반응을 해주고
끝까지 들어줘야 함을 한번 더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한 학기가 지났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가 언어 표현이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요즘 잘 웃고
성격도 많이 밝아졌어요. 아참! 친구들하고도 잘 놀아요"
둘째 아이의 육아로 산후 우울증이 온 엄마는
첫째 아이를 돌볼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적절한 시기에 부모에게
언어적 자극과 관심을 받지 못해
힘들었던 동굴 같은 시기를
아이는 기특하게도 잘 버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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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의 얼굴이 사랑으로 반짝인다.
내 마음속에도 잔잔한 기쁨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