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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여행 함께할래?

삐약 병아리 집사 15

by 달빛서재

업체에 다시 연락을 드리고 방문 날짜를 정했다.

학교에도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신청서에 적은 체험학습의 목적은

이러했다.


‘집에서 사랑으로 키우던 오리를,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데려다주는 여행’


담임 선생님이 이 글을 보시면 어떤 마음이실까,

문득 궁금해졌다.


출발 전날, 물을 좋아하는 오리들을 위해 욕조에 가득

물을 받아 신나게 물놀이를 하게 했다.

여행길에 함께할 먹이와 물도 넉넉히 준비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신나게 물놀이하는 용이ㆍ하늘이ㆍ구름이


차는 달리고 또 달리며 길 위의 시간을 쌓아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오리들과의 여정.

뒷좌석에서 아이들은 오리를 품에 안고 보듬어주고

즐거워하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작은 날개는 아이들의 품에서 고요히 파닥였고,

그 따뜻한 숨결은 아이들의 가슴속에도 잔잔히 스며들었다.


까르르 웃고 떠들며 오리와 함께하는 아이들은

그 순간을 마음껏 누리며 행복에 잠겨 있었다.

이건 결코 슬픈 이별 여행이 아니다.

아기 오리들을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데려다주는,

기쁘고 따뜻한 작별의 여행이다.


차에서 내려 오리들을 흙바닥 위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매일 베란다 창밖으로 스며들던 햇살이 아닌,

청명이 빛나는 가을 하늘 아래의 햇살이었다.


살랑이는 초가을의 바람,

처음 마주하는 눈부신 햇살,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살며시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는

오리들의 눈망울은 별빛처럼 예쁘게 반짝였다.

행복하게 살아야 해!♡


몸집이 크고 하얀 오리들에 비하면,

우리가 데려다준 오리들은

이제 겨우 꽁지에 하얀 털이 올라오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노란빛의 작은 아가들이었다.


노란 아기 오리들이 집에서처럼 이곳에서도 계속 함께

다니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을 살짝 열었다.

차는 미끄러지듯 천천히 출발했고,

아롱아롱 부드럽게 스며드는 바람이

속삭이듯 내 뺨을 스쳤다.


귀염둥이 병아리 써니와 금동이,

별이 된 미니 메추리 우주,

사이좋은 바다와 파도,

그리고 사랑스러운 개구쟁이 오리 삼총사.


순간 함께했던 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눈가가 시려왔다.


“삼총사! 서로 의지하고 지켜주며 씩씩하게 살아가렴.”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어.”


마음 깊숙이 울려 퍼진 나의 목소리는

하늘을 향해 은은하게 흩어져 갔다.


작은 날갯짓은 모두 멀리 떠나갔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이 따뜻하게 남아 있다.

그날들의 아름다운 기억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서 빛날 것이다.




----------- THE end --------------


어쨌든, 집사 생활은 오늘로 끝... 이겠죠?^^

그동안 '삐약 병아리 집사'응원해 주시고,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숨 고르고,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읽어주시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리 삼총사가 고개 숙여 인사하는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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