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화 유전자는 언제 ‘진짜’로 이해됐을까?

수도원의 완두콩에서 이중나선까지

by 플루토씨

눈동자의 색, 머리카락의 곱슬거림,

그리고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까지…

왜 우리는 가족과 서로 닮아 있을까요?


ChatGPT Image 2025년 9월 29일 오후 02_08_49.png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무언가’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무언가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진짜’로 이해하기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늘은 그 긴 여정 속에서 ‘유전자’라는 개념이 어떻게 드러났는지 함께 따라가 봅시다.



수도원의 작은 정원에서 시작된 이야기: 멘델


19세기, 오스트리아 브르노의 한 수도원.


수도사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 1822~1884)은 완두콩을 8년간 기르고 교배하며 기록했습니다. 씨앗 색깔, 꼬투리 모양, 줄기의 길이까지 수만 번의 실험 끝에 그는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죠.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형질이 일정한 규칙을 따라 전달된다는 것. 멘델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자(factor)’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이 ‘인자’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유전자(gene)의 개념적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과학계는 이 발견을 무시했습니다. 멘델은 생전에 자신의 연구가 주목받는 것을 보지 못했죠. 그의 법칙은 사라진 듯했지만, 결국 20세기 초 다시 세상에 소환됩니다.



유전 물질의 정체를 찾아서


멘델의 법칙이 재발견되자 과학자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인자는 실제로 어디에, 어떤 물질로 존재하는가?”


처음에는 단백질이 유전 정보를 담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단백질은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하니, 생명의 설계도를 담기에 적합해 보였거든요.

KakaoTalk_20250929_002206601_26.png

하지만 1952년, 허시(Hershey)와 체이스(Chase)는 기발한 실험을 했습니다. 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를 방사성 표지로 구분해 믹서기에 넣고 ‘흔들어버린(blender)’ 것입니다.


그 결과, 세포에 들어가 유전을 전달한 것은 단백질이 아니라 DNA라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이제 인류는 ‘유전자의 실체가 DNA’라는 진실에 도달하게 된 겁니다.



DNA의 이중나선, 생명의 언어를 밝히다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복제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습니다.

그 답은 1953년,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의 손에서 풀렸습니다.


그들은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이 남긴 결정적인 X선 회절 사진을 비롯한 여러 증거를 종합해, DNA가 두 가닥이 나선형으로 꼬인 구조, ‘이중나선(Double Helix)’임을 밝혀냈습니다.


이 구조는 놀라웠습니다. 네 가지 염기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짝을 이루며 정보를 저장하고, 사슬이 풀리면서 그대로 복제될 수 있다는 메커니즘까지 보여주었으니까요. 생명의 언어가 드디어 ‘문자’로 읽히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협력과 집요함이 만든 발견


유전자에 대한 이해는 단 한 명의 천재가 이룬 업적이 아니었습니다.


멘델의 완두콩 정원,

허시와 체이스의 블렌더,

프랭클린의 X선 사진과 왓슨·크릭의 모델.


KakaoTalk_20250929_002206601_22.png


분야를 넘고, 국경을 넘은 과학자들의 협력과 집요한 탐구가 모여 오늘날의 분자생물학을 열어젖힌 것이죠.

오늘날 우리는 CRISPR 유전자 가위를 통해 질병 치료와 맞춤 의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은 “질문하기 → 실험하기 → 실패하기 → 다시 시도하기”라는 지난한 과정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했습니다.



과학이 남긴 교훈


유전자의 역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학은 정답보다 과정이다. 작은 실패와 발견이 모여 거대한 이해에 닿는다.”


눈에 보이지 않던 ‘인자’는 이제 생명의 언어로 읽히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기술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직선이 아닌,

수많은 우회와 협력, 그리고 끊임없는 질문의 여정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그렇다면, DNA 구조가 밝혀진 뒤 과학은 어디로 향했을까요?
분자 수준의 유전 정보가 어떻게 ‘단백질’이라는 생명의 기계로 바뀌는지,
그 놀라운 암호 해독의 역사를 따라가 봅시다.


다음 이갸기는 제10화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


생명의 기원을 향한 '과학의 도전'을 함께 탐험해 보시죠.


매주 월요일, 플루토씨의 과학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과학은 정답이 아니라 여정입니다. 함께 걸어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끝, 안녕.



#꼬꼬무과학 #멘델 #생명은무엇인가 #왓슨과크릭

#유전물질 #과학은질문이다 #DNA #허시와체이스

#과학사의순간 #브런치스토리 #플루토씨 #프랭클린



▣ 읽기자료 "로절린드 프랭클린, 빛을 찍은 여인"


1953년, 왓슨과 크릭은 DNA의 구조를 ‘이중나선(Double Helix)’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과학사의 결정적 순간이었죠. 그러나 이 발견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한 여성 과학자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바로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 1920~1958)입니다.
프랭클린은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X선 결정학을 이용해 DNA의 구조를 연구했습니다. 그녀가 찍은 ‘Photo 51’은 DNA가 나선 구조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였고, 후대 과학자들은 이 사진을 “DNA의 설계도를 찍은 결정적 장면”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당시 연구팀 내에서 프랭클린은 충분한 존중을 받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녀의 동료 모리스 윌킨스가 허락 없이 이 사진을 왓슨과 크릭에게 보여주면서, 이중나선 모델의 완성에 직접적으로 활용되었죠.
그 후 1962년, 왓슨·크릭·윌킨스는 이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이미 1958년 자궁경부암으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노벨상은 사망자에게 수여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문제는 단순히 ‘수상 불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공로가 동료들에 비해 과소평가되었고, 오랫동안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과학사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의 숨은 주역으로 프랭클린을 기억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과학이 단순히 천재 몇 명의 이름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의 협력, 때로는 갈등, 그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학생들과 함께 읽을 때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 만약 프랭클린이 살아 있었다면, 노벨상은 누구와 함께 했을까요?

▶ 과학의 발견에서 ‘공로 인정’과 ‘윤리적 협력’은 왜 중요한 걸까요?


프랭클린의 짧지만 빛나는 업적은,

우리가 과학의 역사를 볼 때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함께 성찰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 교사·교육자 독자를 위한 부록}


▣ 교육과정 연계 정보 ▣


■ 관련 성취기준

□ [9과21-04] 멘델 유전 실험의 의의와 원리를 이해하고, 멘델 유전 원리가 적용되는 유전 현상을 조사 하여 협력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 [10통과1-03-06] 생명 시스템의 유지에 필요한 세포 내 정보의 흐름을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 어지는 과정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 [12생과03-01] 염색체의 구조를 이해하고, DNA, 유전자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 반영 과목 및 학년

□ 중학교 '과학' > 생식과 유전

□ 고등학교 '생명과학' > 생명의 연속성과 다양성

□ 고등학교 '통합과학1' 시스템과 상호작용


■ 교육과정 반영 여부

□ 멘델의 유전 법칙, DNA·염색체·유전자의 관계, 단백질 합성 과정은 교과서에 필수적으로 반영되어 있음

□ 그러나 멘델의 논문이 무시되었다가 20세기 초에 재발견된 역사적 맥락이라는 점, 허시–체이스의 실험 과정,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기여 등은 교과서에서 간략히만 언급되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많음

□ '유전자 개념의 형성 과정’을 통해 과학 지식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는 과학사적·철학적 의미는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음


■ 활용 팁

□ 학사적 흐름 정리 활동: 멘델의 완두콩 실험 → 유전법칙 재발견 → 단백질 vs DNA 논쟁 → 허시–체이스 실험 → DNA 이중나선 발견 순으로 정리하며,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식으로 이해.

□ 과학의 본성(NOS) 탐구:

<잠정성> → 멘델 연구가 무시되었다가 재발견된 사례로 과학 지식의 변화성 강조.<협력과 해석> → 프랭클린의 X선 사진, 왓슨·크릭의 모델링 등 협력과 해석의 중요성을 조명.

□ 탐구·토론 수업: “DNA가 아니라 단백질이 유전 물질이었다면 생명 연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와 같은 반전 질문을 활용해 토론.

□ 융합 활동: 영화 《쥬라기 공원》이나 복제양 ‘돌리’ 사례를 연결해, 과학적 발견이 사회·윤리적 맥락과 어떻게 얽히는지 탐색.





keyword
이전 09화8화 슈뢰딩거는 왜 생명을 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