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루는 이름들에 대하여
“세상은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이 단순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손에 쥐고 있는 돌, 하늘의 별, 숨 쉬는 공기까지 —
이 모든 것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모든 것은 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엠페도클레스는 ‘불, 물, 흙, 공기’ 네 가지가 세상의 기초라고 주장했죠.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4 원소가 서로 섞이고 비율을 달리하며
온갖 물질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납을 금으로 바꾸려 했고,
그 꿈은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은 단순히 금을 만들려던 탐욕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직접 실험으로 확인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과 실험 도구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비록 과학이라 부르기엔 미숙했지만,
그들의 기록과 실패는 근대 화학의 밑거름이 되었죠.
시간이 흘러, 실험의 무게가 점점 중요해지던 18세기.
사람들은 감(感) 대신 숫자와 저울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 사람,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있었습니다.
그는 밀폐된 용기 속에서 물질을 태웠습니다.
불꽃이 사라진 뒤에도 질량이 그대로임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말했죠.
“물질은 형태를 바꾸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라부아지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정리하고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단순한 물질을 ‘원소’라 정의했습니다.
‘원소’는 이제 믿음이 아니라 측정과 증명으로 존재하는 과학의 언어가 된 것입니다.
라부아지에 이후, 과학자들은 수많은 원소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러시아의 천재 과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입니다.
그는 원소들을 원자량 순서로 배열하다가, 놀라운 규칙성을 발견했죠.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었던 겁니다.
그는 그 규칙으로 하나의 표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주기율표의 시작입니다.
더 놀라운 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의 빈칸을 남겨두고
그 자리의 성질까지 예측했다는 점이에요.
몇 년 뒤, 실제로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졌을 때
과학자들은 경외심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법칙 속에서 질서를 찾아낸 사람,
멘델레예프의 표는 혼란스럽던 물질의 세계를
간단한 기호로 정리해 버린 셈이었죠.
오늘날 주기율표는 118개의 원소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엔 자연 속에서 태어난 것도,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도 있죠.
이제 원소는 ‘원자량’이 아니라 ‘양성자 수(원자번호)’로 정의됩니다.
핵 속의 작은 입자들이 물질의 성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헨리 모즐리가 밝혀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끝일까요?
과학자들은 여전히 묻습니다.
“양성자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없을까?”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정말 존재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과학은 멈추지 않아요.
오늘의 ‘원소’ 정의도, 언젠가는 다시 쓰일지 모릅니다.
원소의 이름을 붙이는 일은 세상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라부아지에가 ‘정의’를 세웠고,
멘델레예프가 ‘질서’를 발견했듯,
우리의 언어 또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갑니다.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
그 작은 이름들이 결국 우리 자신을 비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제14화: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빛은 눈에 보이지만, 그 정체는 여전히 신비롭습니다.
뉴턴은 빛을 ‘입자’라 믿었고,
호이겐스와 영은 ‘파동’이라 주장했죠.
그리고 수백 년 뒤, 아인슈타인은
‘둘 다 맞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입자와 파동, 서로 다른 두 관점이 만들어낸
과학의 가장 아름다운 논쟁을 따라가 봅시다.
매주 월요일, 플루토씨의 과학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과학은 정답이 아니라 여정입니다.
함께 걸어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꼬꼬무과학 #원소의이야기 #멘델레예프 #라부아지에 #주기율표 #과학사의여정
#플루토씨 #질량보존의법칙 #과학은질문이다 #과학은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