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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산소를 누가 먼저 발견했을까?

세 과학자의 '숨 막히는' 실험이야기

by 플루토씨

우리는 너무 쉽게 ‘숨 쉬는 일’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18세기 사람들에게 ‘산소’는 존재조차 모르는 신비한 기체였어요.


당시엔 공기를 하나의 물질로 보았고,

‘공기 속에도 여러 종류의 기체가 있다’는 생각 자체가 혁명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세 명의 과학자가 서로 다른 길로 뛰어들었죠.



프리스틀리 — 실험은 했지만, 믿음에 갇힌 과학자


1774년,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1733-1804)

수은 산화물을 가열하던 중 기묘한 공기를 발견했습니다.

그 공기가 있으면 촛불은 더 밝게 타올랐고, 쥐는 더 오래 살았죠. 그런데 그는 이 기체를 ‘탈플로지스톤 공기’라고 불렀습니다.

‘불의 성분(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간 공기라 생각한 거예요.


새로운 기체를 발견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프리스틀리는 ‘실험’은 했지만,

‘이론’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



셀레 — 먼저 봤지만, 너무 늦게 말한 사람


놀랍게도, 스웨덴의 약사 칼 빌헬름 셀레 (Carl Wilhelm Scheele, 1742-1786)는 프리스틀리보다 2년이나 먼저, 이미 같은 기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이 기체를 “불의 공기(fire air)”라 불렀죠.
하지만 연구 결과를 세상에 내놓지 못했고,

출판(공기와 불에 관한 화학 논고)은 1777년에야 이루어졌습니다.


과학에서 ‘먼저 본 사람’보다 중요한 건

‘먼저 증명하고 공유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셀레의 안타까운 사례에 남아 있죠.



라부아지에 — 해석으로 세상을 바꾼 과학자


프랑스의 귀족 과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 1743-1794)

프리스틀리의 실험을 다시 해보고, 플로지스톤설이 틀렸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연소 과정에서 물질의 질량이 늘어나는 이유를 측정으로 밝혀냈고,
‘외부의 기체가 결합하기 때문’이라는 혁명적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그 기체가 바로, 산소(oxygen).
“산을 만드는 자(acid-former)”라는 뜻이었죠.

비록 모든 산이 산소로 만들어진다는 건 오해였지만,

그 이름은 남았고, 화학의 언어를 바꾸었습니다.


그의 실험은 질량 보존의 법칙을 세우고,
플로지스톤설의 종말을 선언했습니다.

그 순간, ‘근대 화학’이 탄생한 것이죠.



그래서, 진짜 발견자는 누구일까?


셀레: 가장 먼저 실험했지만 늦게 발표했다.
프리스틀리: 먼저 발표했지만 잘못 해석했다.
라부아지에: 정확히 이해하고 체계화했다.


결국 과학의 ‘발견’이란

단순히 먼저 본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이해했는가”의 결과입니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0일 오전 01_58_21.png


산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하죠.


과학은 하나의 사실을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실의 의미를 찾아내고,
동료들과의 검증과 합의를 통해
세상에 자리 잡게 하는 과정이라고요.


숨을 쉬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라부아지에의 이름 없는 실험 속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기체 하나가,
세상의 질서를 다시 썼던 그 시절처럼요.



다음 이야기 예고


우리가 들이마신 이 공기 속에는
다양한 기체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중 어떤 과학자들은
‘이 안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죠.


그 믿음은 결국
'여러 다른 원소의 탐구'로 이어집니다.

연금술의 시대를 지나, 주기율표로 이어지는 과학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봅시다.


다음 이야기는 제13화: 원소란 무엇인가?
세상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만나요.


매주 월요일, 플루토씨의 과학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과학은 정답이 아니라 여정입니다.
함께 걸어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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