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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전기는 누가 먼저 다뤘을까?

보이지 않는 힘을 길들인 사람들의 이야기

by 플루토씨

밤이 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조명,
아침이면 스피커가 알려주는 날씨,
손끝에서 불이 켜지고 세상이 움직입니다.




전기는 이제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불과 몇백 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그것은
“보이지 않는 마법”이었습니다.


그 마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인간의 여정
그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볼까요?



고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렉트론’의 비밀


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
호박 조각을 천으로 문질렀을 때
깃털이나 먼지가 달라붙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는 호박 속에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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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의 윌리엄 길버트
그리스어로 호박을 뜻하는 일렉트론(elektron)에서
‘전기(electricity)’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진 그저 신기한 현상일 뿐이었습니다.
번개, 정전기, 그리고 찌릿한 불꽃은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으니까요.



정전기에서 흐르는 전기로


17~18세기, 과학자들은 마침내 전기를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토 폰 게리케는 황구를 돌려 정전기를 일으켰고,
스티븐 그레이는 금속선을 통해 전기가 전도된다는 걸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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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벤저민 프랭클린.
그는 번개와 전기가 같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비 오는 날 연을 날렸습니다. (아주 위험했죠!)


그 실험은 피뢰침 발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제야 인류는 깨달았습니다.
번개도, 정전기도, 모두 같은 전기라는 사실을.



전기를 ‘담는’ 순간 – 레이덴 병


이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피터 판 머슈엔브루크(Pieter van Musschenbroek)는 병 속의 물과 금속선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레이덴 병(Leyden Jar)이었습니다.

유리병 속에 금속을 입히고,
그 안에 전하를 저장할 수 있게 만든 장치였죠.


인류 최초의 축전기(capacitor)였습니다.

찰나의 불꽃을 ‘붙잡은’ 이 발명은
전기가 하나의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개구리 다리에서 전지로 – 갈바니와 볼타의 논쟁


18세기말,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
해부 중이던 개구리 다리가 금속에 닿자


움찔거리며 움직이는 걸 보고
‘동물 전기’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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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구 알레산드로 볼타는 달랐습니다.
“그건 생체 전기가 아니라, 두 금속이 전해질과 반응한 결과야.”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구리판과 아연판을 번갈아 쌓고
그 사이에 소금물 천을 끼워 넣었죠.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전지,
‘볼타 전지(Voltaic Pile)’였습니다.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자,
전기는 더 이상 실험실의 불꽃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습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 – 전기의 완성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한 외르스테드.
그 발견은 패러데이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는 반대로 ‘자기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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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자기 유도 법칙은 발전기와 모터의 원리로 이어졌습니다.
빛마저도 전자기파라는 사실을 증명한 사람은 맥스웰이었죠.


이로써 전기는 자연의 신비에서
문명의 언어로 완성되었습니다.



과학이 남긴 교훈


전기는 ‘한 번의 발명’이 아니라, 수많은 관찰과 실패,

논쟁과 협력 속에서 태어난 인류의 지성의 산물이었습니다.


탈레스의 호박에서 시작해, 프랭클린의 연, 볼타의 전지,

패러데이의 실험, 맥스웰의 수식으로 이어진 그 길은

과학이 단순히 사실을 쌓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끈질긴 이야기임을 보여줍니다.


오늘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고, 밤에도 불을 밝히며, 우주선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순간의 ‘찰나의 불꽃’을 이어준 수많은 과학자들의 열정 덕분이죠.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불꽃을 좇았던 인류의 ‘호기심’만큼은 언제나 눈부십니다.


전기의 역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학은 단번의 정답이 아니라, 연결된 이해의 여정이다.”



다음 이야기 예고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고 내쉬는 이 공기 속에는
어떤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실험이 숨어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기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18세기 과학자들의 뜨거운 실험과 논쟁,
그리고 ‘플로지스톤설’을 무너뜨린 혁명적인 순간까지—


산소의 발견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생각의 전환이 만들어 낸 과학의 기적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제12화: 산소를 누가 먼저 발견했을까?


매주 월요일, 플루토씨의 과학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과학은 정답이 아니라 여정입니다.
함께 걸어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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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자료 1 - 라이덴 병과 전기 쇼 엔터테인먼트


라이-덴 병은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18세기 유럽에서 대중적인 과학 엔터테인먼트를 탄생시켰습니다. 과학자나 쇼맨들은 라이덴 병에 모은 강력한 전기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연을 펼쳤습니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전기 키스(Electric Kiss)’였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매력적인 여성이 라이덴 병과 연결된 물체 위에 서서 전기를 몸에 충전합니다. 그리고 용감한 남성 지원자가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다가가는 순간, 둘의 입술 사이에서 '파직!' 하는 스파크가 튀며 남성은 짜릿한 충격을 받게 되는 쇼였죠.
또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장 앙투안 놀레(Jean-Antoine Nollet)는 수백 명의 수도사들을 손에 손을 잡고 길게 늘어서게 한 뒤, 라이덴 병으로 맨 앞사람에게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그러자 수백 명의 수도사들이 동시에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쇼들은 다소 짓궂어 보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의 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이는 전기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더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뛰어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 읽기 자료 2 - 우리 몸도 전기 배터리? – 생체 전기의 발견


위에서 언급한 갈바니와 볼타의 논쟁은 '우리 몸 안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을 인류가 처음으로 깨닫게 된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루이지 갈바니는 죽은 개구리 다리에 금속을 대자 경련하는 것을 보고 '동물 전기(animal electricity)'라는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모든 생명체가 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신경을 통해 근육으로 보낸다고 믿었습니다. 당시 그의 주장은 "생명의 힘은 전기"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친구였던 알레산드로 볼타는 "그건 동물의 전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금속이 체액(전해질)과 반응해 만든 전기 때문"이라고 정확히 반박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최초의 화학 전지인 볼타 전지를 만들었죠. 볼타의 주장이 과학적으로는 더 정확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갈바니의 생각도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훗날 과학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신경세포(뉴런)가 실제로 미세한 전기 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생각하고, 근육을 움직이는 모든 과정은 뇌와 신경계를 오가는 전기적 임펄스 덕분입니다.
결국, 갈바니의 개구리 다리 실험은 신경과학(Neuroscience)과 전기생리학(Electrophysiology)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볼타는 '화학 전기'의 시대를 열었고, 갈바니는 비록 그 원리를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생체 전기' 연구의 문을 연 셈입니다.

▣ 읽기 자료 3 - 전기를 ‘발견한’ 네 명의 과학자


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힘이 아니었습니다.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여러 과학자들이 조금씩 문을 열며 그 실체를 밝혀냈습니다. 그 시작은 정전기에서, 끝은 하늘의 번개로 이어집니다.
17세기 초, 독일의 오토 폰 게리케(1602–1686)는 유리구를 돌려 마찰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를 고안했습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불꽃이 튀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기가 실험으로 다룰 수 있는 힘임을 처음 증명했습니다. 전기가 자연의 신비에서 과학의 실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그 뒤를 이은 영국의 스티븐 그레이(1666–1736)는 전기가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금속선이나 실을 따라 멀리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로써 전기는 고립된 정전기가 아니라, ‘흐를 수 있는 에너지’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8세기 중엽, 네덜란드의 피터 판 머슈엔브루크(1692–1761)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인 라이덴 병을 발명했습니다. 이 덕분에 전기는 순간적인 불꽃이 아니라, 모아두고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전기 연구가 비로소 정량적이고 반복 가능한 과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마지막으로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연을 띄워 번개가 전기와 같은 현상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피뢰침을 발명하며 전기를 자연의 위험한 힘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기술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네 명의 과학자는 전기를 만들어내고, 흘려보내고, 저장하고, 하늘에서 끌어내렸습니다. 그들의 실험이 이어지며 전기는 ‘보이지 않는 신비’에서 ‘문명을 밝히는 에너지’로 변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불을 켜고 기기를 작동시키는 순간에도, 그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불꽃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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