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처음 쥐던 날

#1

by 다듬는 사람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미용이 좋아서라기보단

그저 하던 일을 벗어나고 싶던 찰나 비숑 한 마리를 반려하게 되면서
마침 좋은 핑계거리가 생긴 쪽에 가까웠다.



말하자면, 이 일의 시작은 꿈보다는 철저한 생계형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았다’고 말하지만,
내 시작은 조금 달랐다.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숨도 못 돌린 채 야간반 수업으로 달려가던 날들.
거의 항상, 내가 도착할 무렵이면 다른 강아지들은 이미 미용이 끝난 상태였다.
강의실 한쪽 구석에 혼자 남은 아이 하나.
나는 그 강아지를 조심스럽게 안고, 천천히 미용을 시작했다.



분명 우리 엄마는 어릴 때부터 내가 손재주 있다고 말했는데..
막상 해보니 내가 제일 못했다.
같은 반 몇 안 되는 수강생 중 제일 느렸고,
수업이 끝나도 완성하지 못해 늘 원장님 퇴근 시간에 함께 불 끄고 나오는 학생이 나였다.


그땐 솔직히 자신감이랄 게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지만, 이상하게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즘 자기개발 콘텐츠에서 흔하게 말하는
"꾸준함이 답이다", "끈기가 재능을 이긴다", 그런 말들.
근데 그때 내겐 그런 멋진 마음가짐도 없었다.


그냥... 한 마리 미용을 어떻게든 끝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별생각 없었는데,
그게 날 계속 남게 했고,
계속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새 내 일이 되어 있었다.

사실 지금도 내가 그렇게 타고난 미용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래 하다 보니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드물고, 끝까지 남는 사람이 결국 배운다는 것.

그 시절의 나는 늘 제일 마지막에 불을 끄고 나왔지만,
그래서 지금까지 이 분야에 계속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