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편안했던 첫 여행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지만,
신기하게도 단둘이 여행을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처럼 둘의 시간이 맞았고
처음으로 1박 2일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되었다.
익숙한 사람이지만,
낯선 공간으로 함께 가는 건 이상하게 설레고 신났다.
목적지는 춘천.
내 생일을 기념하기에도,
조용히 걸으며 이야기 나누기에도 딱 좋은 곳이었다.
ITX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짧았다.
햇살은 강했지만,
차창 너머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첫 목적지는 스카이워크.
도착할 땐 날씨가 흐렸고,
곧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금세 그쳤고, 유리 바닥 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 길은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그만큼 짜릿했다.
우리는 낯선 풍경 속에서
둘만의 추억을 하나씩 쌓아갔다.
점심으로는 막국수와 전 모둠,
그리고 동동주 한 병을 시켰다.
전이 바삭하게 익었고, 막국수는 얼얼하게 시원했다.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누는 순간이 참 평화롭고 따뜻했다.
이런 게 여행의 맛일지도 모르겠다.
김유정역 철길을 따라 걷고, 사진도 찍었다.
많이 꾸며진 관광지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한적한 공간이 우리에게 더 잘 어울렸다.
그 근처에서 발견한 예쁜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며 웃었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갔다.
저녁은 춘천 닭갈비 골목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 냄새에
젓가락이 멈추질 않았다.
땀을 흘리며 먹은 그 한 끼가 유독 맛있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가 꼭 초를 켜주고 싶다고 했다.
여러 카페를 돌아다닌 끝에 작은 케이크 두 개를 골랐다.
조용한 공간에 앉아 초를 켜고, 내 생일을 축하해 줬다.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순간이었다.
술도 한잔 곁들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루가 금세 흘렀다.
다음 날 아침.
피곤한 몸을 일으켜 화장은 간신히 하고,
부랴부랴 숙소를 나섰다.
시간은 빠듯했지만 마음만큼은 여유로웠다.
첫 일정은 여행 기념 네 컷 사진.
사진 부스 앞에 앉아 웃고, 포즈를 바꾸고,
찰칵— 우리만의 첫 여행이 필름에 남았다.
이후엔 남이섬으로 향했다.
입장하기 전,
내 직장 동료가 추천해 줬던 송어집에 들렀다.
그곳에서 먹은 회는
지금까지 먹어본 송어 중 단연 최고였다.
비록 대낮이었지만, 청하 한 병을 곁들여
술잔을 다시 한번 기울였다.
이 순간을 기념하듯.
배를 타고 들어간 남이섬은 자연으로 가득했다.
꿩도 보고, 토끼도 보고,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걷는 동안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산책 후에는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시 춘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를 데려다줬던 ITX를 타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처음 함께 떠난 여행이었지만,
싸우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정말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다시 약속했다.
다음엔 더 멀리, 더 길게, 또 함께 떠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