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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하루

by 박유리



여름 어느 날의 이야기 입니다.


오늘 아침, 유리는 5분만 햇빛 샤워를 하러 1층으로 내려갔어요.
초록빛 잔디 위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지요.


“잠깐만… 날씨도 덥고 하니까, 진짜 5분만.”

유리는 그렇게 스스로와 약속했어요.
그런데 그 약속은 생각보다 금방 깨어졌어요.


"왜냐고요? 잠자리가 먼저 장난을 걸어왔거든요.”


그래 너랑 놀아줄께~ ㅎㅎ







잎 사이를 누비고, 나무 옆을 휘감더니

갑자기 유리 앞을 휙 스쳐 지나갔어요


“너랑 숨바꼭질하는 건 처음이야.”


그러다 발끝에 작은 무언가가 보였어요.





가만히 내려다보니—
민들레 씨앗이었어요.
바람 한 줄기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보이는 작은 하얀 공처럼요.
유리는 속삭였어요.


“너도 날고 싶지? 나도 그래.”


그 순간,
민들레 씨앗은 톡 하고 날아올랐고,
잠자리는 그 바람을 타고 다시 휘잉—
그때 유리도 함께,
마음으로 동화 속 나라에 들어갔어요.





잠자리가 나무 위 작은 문을 열어주었고,
그 문 너머엔 민들레씨들이 구름처럼 떠다니고 있었어요.
잠자리는 그곳에서 안내자가 되었고,
모두가 유리에게 말했어요.





“숨바꼭질은 끝났고, 이제 우리랑 놀 시간이야.”


문득 현실로 돌아온 유리는
폰 카메라를 확인했어요.
잠자리 두 컷, 민들레 씨앗 하나.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요.


“잘 놀았다, 나의 햇빛샤워 5분. 오늘도 힘차게.”


그리고 피식 웃었어요.

“동화 작가가 되면… 진짜 이렇게 되는 걸까? ㅋㅋ”



글: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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