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집 한 자리에 트리안이 놓여 있다.
언제부터 함께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트리안은 물이 고플 때면 금세 시들어버릴 것만 같은 얼굴을 한다.
유리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이고, 내가 너를 챙기지 못했구나.”
그리고 서둘러 물을 주면, 잠시 뒤 트리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반짝이며 다시 고개를 든다.
“나 아직 괜찮아요.” 속삭이는 듯한 모습이 유리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햇볕을 향해 줄기를 뻗지만, 트리안은 조금 다르다.
밝은 그늘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며, 어디에 있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트리안의 꽃말은 ‘화해’, ‘우정’, 그리고 ‘기억’이다.
잎들이 서로 기대어 자라며 작은 숲을 이루는 모습은, 오래된 친구나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유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푸른 바다 위를 뛰어오르는 두 마리 돌고래를 떠올렸다.
서로 장난치듯 물 위로 솟구치며 함께 노는 모습,
늘 나란히 파도를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 속에서,
트리안의 꽃말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돌고래는 혼자서는 행복하지 않다.
바다를 달릴 때도, 물 위로 솟을 때도,
옆에 있는 친구와 함께할 때 진정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
트리안의 잎들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자라듯,
돌고래도 서로의 숨결을 맞추며 살아간다.
그 모습은 유리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유리의 트리안은 더욱 특별하다.
아들이 직접 만들어 준 화분에 심겨 있기 때문이다.
손길이 묻은 화분 속에서 자라는 잎들을 바라보면,
마치 그 마음까지 함께 자라고 있는 듯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잎들이 서로 기대어 자라는 모습이 참 따뜻하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얽히고설켜 작은 숲을 이루는 듯하다.
그리고 물 한 번에 금세 회복하는 그 생명력은,
유리에게 “삶도 이처럼 다시 힘을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려준다.
트리안은 오늘도 말없이 속삭인다.
“어디에 있든, 어떤 빛 속에 있든,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면…
다시 빛을 찾을 수 있어요.”
글(사진):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