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3-25.04.09

by 김서하

잊은 것을 떠올리려 머리에 손 얹은 채

지나온 길 더듬거려 과거를 되살으며

그때를 똑같이 그려내어 다시 한번 걷습니다

― A6. 내가 왜 여기 왔더라


머리에 먼지 쌓여 영롱한 빛이 나고

마음에 녹이 슬어 우아한 색이 돌아

가만히 사그라지는 이 모습이 어울려

― F8. 백색과 청록색이 잘 어울린다니까?


무거운 빗줄기가 하늘 아래 가득해서

숨 하나 못 쉴 정도로 빽빽히 들어찼어

일순간 불어오른 물이 가슴까지 닿고선

― C3. 집중우울


침대에 누웠을 때 등이 뜨거워지면

여름이 가까운 걸 비로소 실감한다

그런데 내 배 뜨거워지는 건 언제일까 궁금해

― B3. 복부냉증


우물 안은 언제나

똑같이 아늑하다


더욱이 내 생각도

내 세계도 그대로다


우물벽 돌 한 덩어리

툭하고는 떨어진다

― E3. 우물이 무너지랴


자그만 겨자씨만큼 작고 작은 대화들이

길에서도 집에서도 언제나 바글바글

무한이 담겨있어도 끝도 없이 작구나

― D9. 칸토어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알람을 맞춘 때의 20분 전이지만

어째서 갑작스레 두 눈이 떠진 걸까

아까워 잃어버렸기에 갖지 못한 이 시간

― A14. 아까워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