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긴 무거워서 남에게 떠맡겨도
잠깐 눈 돌리면 어느새 내 등 위에
껌딱지 붙어있는 건가 살과 함께 떨어져
― C19. 슬픈 낙타
별 사이 밝은 달은 매일 밤 변하는데
어째서 내 하루는 별처럼 불변할까
또다시 반복되는 하루, 썩은 내만 역하다
― D4. 일상은 별이야
항상 날 따라하는 창 밖의 내 친구는
언제나 사고 치고 곧잘 일 망치지
뭐라고? 이 형편없는 애가 나일 리가 없잖아?
― A9. 슬픔의 5단계 중 첫 번째
나 살며 무엇 하나 잘했나 잘못했나
흐물흐물해져버린 내 심장을 주무른다
언젠간 재의 빛깔을 띠게 될까 두렵다
― B2. 진흙의 마음
물거품 떠올라서 수조를 반 나누고
허깨비에 속아버려 선 못 넘는 물고기들
물펌프 거품을 만들어 반짝임을 나눠주네
― F31. 할아버지 집의 수조
순두부 젓가락으로 가까스로 집어들어
마침내 터득했다 순진하게 믿었지만
곧바로 다음 두부 박살내곤 침묵 속에 다시 쥔다
― B15. 통제, 믿음
쏟아지는 가시들에 눈도 살도 따가워서
영원히 집에 숨어 눈 감은 채 살고 싶어
우물 밖 서성이는 호랑이가 입 벌리고 하품해
― F36. 범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