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끈질긴 집착
장마철 눅진하고 습한 나날이 지나가고,
살을 태울 듯한 더위가 다시 날 찾았다.
나는 여름에게 헤어짐을 고했고,
이별 통보에 익숙해진 계절은 잠시 시간을 갖자 했다.
새벽엔 제법 쌀쌀한 느낌을 받으며,
올해의 진정한 헤어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별이 어디 그렇게 쉽던가.
이번엔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일방적인 나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물방울 친구들까지 불러 모아
세상을 다시 물쿠하게 적셔왔다.
계절의 끈질긴 집착을 보며
나는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을 느낀다.
그가 데려온 지원군들을 다시 설득해
내가 머무는 지상으로 내려오게 해야겠다.
비라는 이름의 눈물을 한껏 쏟아내고 나면
그와의 올해 이별도 성큼 다가올 거다.
그리고 나면 익숙한 추위가 날 다시 찾고,
내가 했던 이별 통보가 무색하게
다시 그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겠지.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며
수차례의 계절을 지난다.
그 과정 속 나의 마음도
물쿠듯 무르고 흐려지고를 반복하며,
결국은 더욱더 단단해지고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갈 테다.
◈ 오늘의 향 추천 – 주제: 물쿠다
▼ 추천 향기:
습기 섞인 흙냄새 (Petrichor)
▼ 추천 이유:
비가 쏟아지고 난 뒤 땅에서 피어오르는 흙냄새는
물쿠하고 습한 공기 속 숨 막힘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기운을 담고 있습니다.
물쿠고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맑아질 희망을 예고하는 희망의 향이기도 해요.
◈ 오늘의 질문
마음이 물쿠듯 무너져 흐려져버린 순간은 언제였나요?
계절의 끈질긴 집착을 느낀 적이 있나요?
월·수·금 아침 8시,
오늘의 향기를 당신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