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미, 모데미...”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꽃.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그 꽃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초록빛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 가슴 한편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고 하얗게 피던 그리운 꽃.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겨울이 지나도 모데미풀은 마음속에 늘 피어 있는 꽃이다. 만날 수 없는 꽃은 언제나 그리움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그리운 꽃을 만날 수 있는 봄이 찾아왔다.
하얀 별처럼 피어나는 개별꽃, 앙증맞은 선괭이눈, 족두리풀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깊은 산속. 그 속에서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조급할 것 없다. 꽃과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산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리라. 눈맞춤하며 걷는 이 길이, 나에게 이미 기쁨이다.
혹여 스쳐 지나간다 해도 괜찮다. 가슴속에 피운 꽃은 언젠가 현실에서도 피어날 테니까. 기다리는 만큼, 그 만남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모데미풀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꽃은 지리산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 모뎀골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리하여 ‘모뎀풀’이라고 불리다가 ‘모데미풀’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온 세상을 다 둘러보아도, 이 꽃은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피어나는 귀한 존재다. 바람꽃을 닮은 듯하지만, 그보다 한층 크고, 더 단정하며 우아하다. 꽃처럼 보이는 하얀 부분은 꽃받침이고, 그 안에 작은 노란 꽃망울이 숨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꽃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 연둣빛 총포. 마치 봄비를 닮은 연한 초록빛 우산이 하얀 얼굴의 꽃을 받치고 춤을 추듯 펼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풀숲에 숨어 요정처럼 얼굴을 내민 모데미풀과 마주했다. 연둣빛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며 춤추는 듯한 모습. 그 하얀 얼굴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나는 한참을 그 앞에서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햇살 아래 반짝이던 그 순간은 잠시였지만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만나고 싶던 그 꽃을 만난 것만으로 봄은 나에게 충분했다.
모데미풀, 그 이름은 불러도 대답하지 않지만, 부를수록 가슴이 뛴다. 너무 귀해서 차마 ‘꽃’이라 부르지 못했을지도 모를 그 조용한 생명 앞에서, 나는 다시 겸손을 배운다.
어쩌면 모든 기다림은 언제나 피어날 꽃을 위한 시간. 그렇게 나는 오늘도 조심스레, “모데미, 모데미...” 그 꽃의 이름을 속삭이며 숲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