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황금빛 꽃이 다가오다

찬란한 태양은 작은 풀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어둡고 습한 땅 위에도 따스한 손길을 내려 황금빛 들꽃을 피워낸다. 오월이 오면, 한라산 자락 어딘가에서도 그 빛을 받아 찬란한 꽃들이 고개를 든다.


한라산은 이제 막 봄꽃을 틔우느라 분주하다. 제비꽃이 수줍은 미소를 짓고, 민들레는 황금알을 품은 듯 환한 얼굴을 내민다. 현호색은 도란도란 모여 숲의 노래를 부르고, 바람에 실린 햇살은 양지꽃의 웃음 속으로 내려앉는다. 봄빛에 물든 숲은 이 모든 생명을 품에 안고, 더없이 따뜻한 품을 내어준다.


만나는 풀꽃마다 찬란한 웃음으로 오월을 축복하듯 반짝인다. 그 모습에 차마 무심할 수 없어, 한 송이 한 송이 마음에 담으며 숲길을 걷는다.


그 길 위에서, 분단나무가 손짓하고 빈 나뭇가지 사이로 올벚나무의 몸짓이 스친다. 향기로운 봄바람에 실려 목련꽃은 하늘 저편까지 편지를 띄운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숲길이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저 멀리 황금빛 꽃이 황금 마차를 타고 달려올 것만 같은 설렘이 발 끝에 깃든다. 들꽃들과 눈 맞춤을 나누며 걷다 보면, 오히려 발걸음이 더 가벼워진다.


황금 마차를 타고 온 꽃

오월이면 황금빛 마차를 타고 한라산 자락 어딘가에 내려앉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길을 나선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을 걷던 어느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정말 황금 마차가 도착한 걸까? 눈앞에 펼쳐진 찬란한 빛에 심장이 멎을 듯하다.


양지바른 오름, 오월의 햇살처럼 밝게 웃고 있는 금붓꽃. 그 모습은 황금처럼 눈부시지만 결코 요란하지 않다. 조용히 다가와 눈을 맞추는 순간, 가슴 한쪽이 조용히 떨린다. 그 빛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오월의 바람이 가슴속을 스며든다.


빛을 감춘 꽃

배고픔도 잊은 채, 나는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본다. 나풀거리는 꽃잎 끝에는 꿀샘으로 이끄는 듯한 갈색 무늬가 새겨져 있다. 금붓꽃은 노랑붓꽃과 닮았지만, 꽃대 하나에 단 한 송이만을 피운다. 그래서 ‘애기노랑붓꽃’이라는 별칭도 지닌다.

이토록 찬란한 꽃이지만, 깊은 산중에 스스로 감춘 채 조용히 피어난다. 황금빛을 숨긴 겸손한 꽃. 그 앞에서 서자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그 빛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까 봐, 혹은 이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오월의 눈부신 햇살처럼, 한라의 바람 속에서 금붓꽃이 오름마다 피어나길. 조심스럽게 꽃잎에 입을 맞추고서야,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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