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별수선
올해 노란별수선이 7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문을 보는 순간, ‘앗!’ 하고 스치는 식물이 있었다. 2005년, 처음 그 식물을 마주했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귀한 식물임은 분명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마음속에 묻어둔 채 잊히고 말았다.
사초과처럼 가는 잎에는 털이 많고, 곧게 서지 못한 채 바닥을 기었다. 잎 밑동에서 올라오는 꽃자루는 3cm 정도였고, 그때 본 자방이 열린 모습은 꽃이 핀 상태로 착각할 만큼 특이했다. 자방이 열려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 나의 착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얀 꽃이 피는 식물이라 생각했으니까.
혹시 떠들썩한 노란별수선은 아니더라도 같은 종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잎의 형태는 영락없이 노란별수선을 닮았고, 뿌리는 알뿌리에 수염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꽃이 피면 정확히 알 수 있을 터,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올해는 제대로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꽃은 보이지 않고, 겨우 꽃봉오리만이 반겨줄 뿐이었다.
일주일쯤 지나면 피겠지 싶어 다시 찾았다. 그러나 꽃은 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또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할 듯싶었다. 꽃이 피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너는 누구니? 꽃이 피면 너의 정체를 알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세 번째 찾아가는 날, 이번엔 분명히 꽃이 피었을 거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늘 오후에 찾았던 숲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만 아는 그 숲으로 들어가 조용히 꽃봉오리를 찾아보았다.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겠지.’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꽃봉오리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아, 더 기다려야겠구나.’
그렇게 체념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차마 일어서지 못한 채 한참을 머물렀다. 그때였다.
자그마한 노란 꽃송이가 활짝 웃으며
"나 여기 있어!"
속삭이듯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찌나 고맙고 사랑스럽던지. 아름다운 작은 꽃송이에 반해 한참 동안 눈을 맞추었다.
여름 햇살이 숲 가장자리로 뜨겁게 내리쬐던 순간이었다. 덕분에 꽃잎은 다물지 않고 활짝 피어 있었다.
꽃잎은 여섯 장, 길이는 4mm 남짓. 꽃받침 뒷면에는 가느다란 털이 나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작은 기적. 한참을 들여다보자, 꽃이 부끄러웠던 걸까. 서서히 꽃잎이 다물리기 시작했다. 노란별수선은 오전에 잠시 피었다가 낮이면 꽃잎을 서서히 오므렸다.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기다림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꽃을 기다리며 설렜던 순간들은 내게 아름다운 선물이 되었다.
이제 꽃은 지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검은 씨앗이 여물어 가면, 자방은 다시 꽃처럼 열릴 것이다. 깨알보다 작은 검은 씨앗들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