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처럼 피어나는 꽃

구름떡쑥

구름처럼 몰려드는 산행인들 틈에 끼어 한라산을 오른다. 진초록으로 물든 숲을 지나, 졸졸 흐르는 자그마한 개울을 건너며 오르다 보면 산새 소리, 풀잎 소리가 마음을 감싸 안는다. 어느새 내 마음도 진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며 발밑을 내려다보니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오름들이 다정하게 펼쳐진다. 그 너머로 산방산을 휘감아 안은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다를 껴안고 달려올 듯한 아름다운 비양봉이 다가선다. 한껏 안아주고 싶은 제주의 자연.


진초록으로 물든 산, 그저 오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한라산, 그곳에서 만나는 들꽃과의 눈 맞춤은 또 다른 세상을 열어 준다.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고 자그마한 풀꽃과 눈을 맞춘다. 들꽃을 보는 일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자신도 모르게 들꽃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이 스며든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악취 나는 순간도, 향기로운 순간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들꽃과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들꽃처럼 향기로운 세상을 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산허리를 감싸는 뭉게구름이 꽃을 피워내듯, 구름떡쑥이 하얀 구름처럼 몽울몽울 피어났다. 자그마한 하얀 꽃송이들이 아름답게 피어나, 오가는 산행인들의 가슴에 구름처럼 스며든다.


구름떡쑥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줄기 끝마다 자그마한 하얀 꽃송이들 흐드러지게 핀다. 온몸을 감싼 보드라운 솜털, 고산에 피는 떡쑥이라 하여 ‘구름떡쑥’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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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꿀이 가득한지, 곤충들이 날아와 정신없이 꿀을 빠느라 온몸에 노란 꽃가루를 묻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국화꽃들이 오밀조밀 모여 피어난 듯한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가끔 구름떡쑥을 한라솜다리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둘 다 고산에 자생하며 하얀 솜털을 두른 모습이 많이 닮았다. 그러나 구름떡쑥의 잎은 한라솜다리에 비해 가늘고, 꽃의 형태도 조금 다르다.


그 차이를 알고 나면, 두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오밀조밀 피어나는 자그마한 하얀 꽃송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은 들꽃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다.


아름다움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순간에도,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빛나며 바람에 스치듯 지나간다.


온 세상이 맑고 투명한 진초록으로 물든 한여름. 싱그러움이 찰랑이는 이 계절, 구름떡쑥은 하얀 꽃송이로 한라산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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