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설렘
새벽 3시, 온 세상은 고요하다. 요즘 이상하게 이 시간만 되면 눈이 떠진다. 너도 나도 , 나무도 가로등도 도로도 모두 잠든 시간이다. 앨범을 보다가 자연의 추억이 조용하게 내 마음에게 속삭여준다.
일요일에 내리는 눈은 여유로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겨줬다. 패딩을 입고 장갑을 챙기며 다시 소녀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오전 7시, 눈으로 덮인 길들과 나무들은 아직 사람의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이리저리 다니며 눈이 주는 설렘을 실컷 마음속에 간직했다.
꽁꽁 언 이른 아침, 밖에는 나 말고도 다른 한 여인이 더 있었다. 나이는 50세 중반 정도 된 것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그녀도 눈의 추억을 남겼다. 그녀도 혼자, 나도 혼자 , 우리 모두 다시 소녀가 되는 순간이었다. 일요일에 내린 눈이라 의미는 더욱더 달달했다.
눈을 처음으로 봤을 때의 기억이 났다. 눈을 처음을 본 것은 열아홉 살 겨울이었다.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셨고, 창문 밖에는 하얀 것이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병원 앞에서 한참 뛰어 다녔다. 낯선 나라의 첫 겨울, 그날 나는 혼자서 아주 신나게 놀았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작은 눈사람을 만들다. 눈사람이 녹을까 봐 걱정되서 집으로 가지고 가서 냉동실에 앉혀 놓았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꽁꽁 언 겨울날에 차의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다. 추위도 내 친구가 되어 설렘만 가득했다. 룰룰라라 신이 난 소녀였다.
어른이 되니 이제 눈 사람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저 눈이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추억을 남긴다. 하하 호호 서로에게 던지는 눈싸움도 사라졌다. 뻣뻣해진 근육들과 정신력이 함께 세월을 타며 어색함이라는 싹이 점점 자라났다. 어른이 된 것인지, 마음이 굳어진 것인지 어색의 씨앗이 동시에 손을 잡는다.
차를 타다가 우연히 서로 눈싸움을 하는 노부부를 보았다. 소년과 소녀로 다시 돌아간 노부부는 그저 순수하고 행복해 보였다. 미소를 지으며 노부부의 추억도 내 마음 깊이 간직했다. 2025년 눈이 내렸던 일요일 아침, 2026년인 지금에도 늘 내 마음을 달래준 추억이었다. 힘들 때면 꺼내보며..
깊은 감사와 설렘의 순간을 언제든지 꺼낼 수 있다는 것이 삶에서 큰 감사이며 큰 복이다. 내면에서 우려 나온 소소한 행복은 의미가 깊으며 오직 자신만이 만들 수 있다. 2025년 일요일의 내렸던 눈과 이 날은 내게 깊은 행복의 추억을 안겨주었다.
오늘도 나는 이 행복의 추억을 꺼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