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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을 낀 리더

숨겨진 진심

by 서다움


리더다움, 조용한 울타리


리더는 늘 앞에 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시하고, 이끌고, 때로는 단호하게 밀어붙이는 존재.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조직을 둘러보니,

진짜 리더는

뒤에서 조용히 사람을 세우는 ‘울타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칭찬보다 지적이 먼저 나갔던 나의 말들,

교사들의 말속에 숨겨진 진심을 뒤늦게 읽어낸 날들.

그리고 현장에서 만난 원장님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조직의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그분들의 모습에서

진짜 리더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를 배웠습니다.


그 모든 시간들이,

저에게도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리더다움 편은

리더로 살아가며, 말보다 ‘존재’로 다가가는 법

조금씩 배워간 여정을 담았습니다.




고무장갑을 낀 리더


예전 함께 근무했던 교사와 오랜만에 식사 자리를 가졌다.

"원장님은 제 정신적 지주였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꽤 괜찮은 리더였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이어진 한마디가 나를 멈춰 세웠다.

"그때 교사들끼리 그랬어요. ‘쌤들, 원장님 고무장갑 끼셨어!’

계단 닦고, 창틀 닦고 계시면 우리 다 초긴장했어요.

무슨 일 있나? 화나셨나? 그냥 시키지, 왜 저러시지? 하하...

솔직히 무서웠어요. 원장님은 평소에 그렇게 교사들 감정도 잘 챙기시던 분이었는데,

그건 좀... 힘들었어요."


그랬다.

그때 나는 교사들의 바쁜 일상을 알면서도,

닦이지 않은 구석들을 보며 마음이 쓰였고,

말하긴 애매해서 그냥 내가 고무장갑을 끼고 닦았다.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교사들에겐 메시지였다.

“왜 이걸 안 해?”라는 무언의 질책이었고,

그들의 긴장과 눈치를, 나는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교사들과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 업무가 누락된 이유가 ‘게으름’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일 수도 있었다는 걸 놓쳤다.


업무 분장만 더 구체적으로 잘했더라면,

그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리더의 손이 움직이는 것보다,

리더의 소통이 먼저 열려야 했다.


리더는 무엇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조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걸

오래 지나 교사의 한마디가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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