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K씨의 아버지는 식탐이 많은 사람이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K씨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항상 이것저것 주워 먹다가 배탈이 나서 뒹구는, 그런 모습이었다. K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 몰래 음식을 먹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말년의 아버지는 내장지방 때문에 배가 항상 부풀어있었는데,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터질 것처럼 팽팽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배를 내밀고 허리를 뒤로 젖힌 자세였는데, K씨는 그런 아버지를 볼 때마다, 저러다 터지는 거 아닐까, 차라리 빨리 터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그 배는 마치, 커다란 물집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죽은 것은 뇌졸중 때문이었지만, K씨는 그 배가 아버지를 죽게 만든 거라고 확신했다.
아귀.
아버지는 그야말로 아귀였다.
그런 아버지라도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정이 남아있었다는 게 아니라, 핏줄이라는 사실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K씨는 그래도 꽤 성공한 처지였기 때문에, 아버지를 묻기 위한 명당을 찾았다. 실은, 아버지가 죽기 훨씬 전부터 명당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풍수 전문가에게도 돈을 상당히 썼다. 아버지의 안식을 위해서는 아니다. 살아서 자식에게 해준 것이 없는 아버지, 죽어서 원귀가 되어서라도, 땅에 묻혀서라도 자손들을 보호해야 할 것 아닌가.
보상심리였는지도 모른다. 모순된 이야기지만, K씨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원한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좋은 곳에 아버지를 묻어야 했다. 쓸모없는 아버지의, 그 죽은 몸뚱이를 쓸모 있게 만들기 위해서. 그러지 않으면 그동안의 아버지와의 삶이, 특히 요 몇 년간 공처럼 뒹굴거리던 아버지를 수발든 삶이 쓸모없게 되니까.
그래서, 최선의 명당을 찾아냈다. 그리고 거기에 아버지를 묻기 위해 꽤 무리한 짓을 했다.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한, 원래 있던 무덤을 파내버린 것이다. 언제 적에 생긴 무덤인지는 몰라도, 연고 없는 무덤이라 다행이었다.
파냈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원체 오래된 무덤이라 그 안에 뭐가 제대로 남아있었던 건 아니다. 관도 시체도 모두 흙으로 돌아간, 그런 곳이었다. 무덤이라기보다는 무덤의 흔적이었다. 그렇기에 딱히 죄책감도 생기지 않았다. 주인 없는 집을 철거한다. 딱 그 정도의 감각이었다.
명당의 효험인지 뭔지 몰라도, 아버지를 묻은 후 K씨에게는 한동안 행운이 계속되었다. 잘 되던 사업이 더 번창했고, 멋진 여자도 만나 성공적으로 결혼했다. 한 2년 동안은 그랬다.
아버지의 2주기 즈음에는, 아내가 임신을 했다. 기뻤다. 처음에는 분명히 기뻤다. 2년간의 행운 중에서도, 최고의 행운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감동도 점차 식어갔다. 아내의 배가 커질수록, 변해가는 아내의 몸이 보기 싫어졌다.
왜 저렇게 배가 크담.
그것만이 아니었다. 임신 스트레스인지, 몸이 힘들어서인지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아내에게서는 점점 입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K씨는 아내의 입냄새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꼭, 썩은 방귀냄새 같았다. 꼭. 가스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입맞춤이라도 하면 속이 더부룩해지고, 자꾸 트림이 나왔다.
점점 아내에게 정이 떨어졌다. 흉물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그즈음에 K씨에겐, 다른 여자가 생겼다. 그때부터 뭔가가, 삐걱거렸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아내의 배가 엄청나게 커졌을 때였다. 초음파 검사를 받기 위해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간 K씨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아내의 배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의사도 그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아마도, 아내의 몸이, 태아를 흡수해 버린 것 같다고.
아내도, K씨도 공황에 빠졌다. 아니, 이때만 해도 K씨는 아내만큼 충격받지는 않았는지도 모른다.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찾아왔다. 그 후로도, 아내의 배는 꺼지지 않았다. 안에 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K씨는 점점 불안해졌다. 아내의 배가 심각하게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K씨 본인의 배도 불러오기 시작한 것이다. 살이 찐 것이 아니다.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배가 이유 없이 커지고 있다. 점점 K씨는 자기 배를, 아내의 배를 아버지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시한폭탄처럼, 곧 터질 것 같던 그 배. 아내의 배를 바라보며 점차 그런 불안감에 빠졌다.
아내는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자기 자신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 그것은, 공포였다.
자기, 입냄새 나.
내연의 여자가 그렇게 말했을 때, K씨는 경악했다.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마도 아내와 같은 냄새.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문득, 모두 아버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이고 이어서, 아버지의 무덤이 떠올랐다. 어쩌면, 어쩌면 그 자리가 문제였던 건 아닐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허겁지겁 그때의 풍수사를 찾았다. 그 명당을 소개해준 풍수사를. 하지만, 그는 행방이 묘연했다.
속은 건가? 그 자식한테, 속은 건가?
분명히, 엉터리 명당을 가르쳐준 게 틀림없다. 터무니없는 악지에 아버지를 묻은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생긴 저주다. 아버지의 저주. 그것이 틀림없다.
공황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용하다는 다른 풍수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사연을 들은 풍수사는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아버님 묘에는, 얼마나 자주 찾아갔습니까?”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를 묻은 후, K씨는 한 번도 무덤에 찾아가지 않았다. 제사도 무엇도 지내지 않았다. 혹시 그래서, 아버지의 영혼이 화가 났다는 걸까?
“혹시... 치성이라도 드려야 합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만, 명당이라는 것은 결국 집 자리입니다. 돌아가신 분의 집을 좋게 잘 지으면 영혼이 잘 쉬게 되고 후손에게도 좋은 영향이 온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좋은 터에 집을 지어도, 처마에 구멍이 뚫리거나, 바닥에 물이 흐르거나 하는 일은 언제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충분히 보수를 했는가, 돌보았는가에 따라 좋은 집도 나쁜 집이 되고, 나쁜 집도 좋은 집이 되죠. 벌초라는 것도 그런 것 아닙니까?”
듣고 보니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K씨는 망연해져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K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풍수사는 말했다.
“우선은 벌초부터 하시죠. 2년 동안 찾아가지 않았다면 잡초도 꽤나 자랐을 겁니다.”
K씨는, 풍수사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거북한 배를 끌어안고 아버지의 묘로 떠났다. 무덤의 풀을 낫으로 베고, 삽으로 봉분을 다져야 한다. 해야 할 일이고 단 하루뿐인 일정이지만, 귀찮기 그지없었다. 아니, 화가 났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어렸을 때부터 쌓인 그것이 가는 길 내내 끓어올랐다.
배가
터질 것 같다.
묘지에 도착해 낫과 삽을 꺼냈다. 뜨거운 공기를 뚫고 걸어 도착한 묘지엔 잡초가 엄청나게 자라 있었다. 엄청나게 길게. 마치 갈대처럼, 아니, 수림처럼 높게, 꼿꼿하게 자라 있었다.
양지바른 곳, 풀이 잘 자라는 곳. 명당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높이는 비상식적이다.
몇 시간을 그랬을까. 낫으로 풀을 베고, 봉분을 다지려 삽을 들었을 때 깨달았다. 풀이 비상식적으로 자란 게 아니다.
터무니없이
부풀어 올랐다.
무덤이.
마치
아버지의
배처럼
무릎쯤에 있던 꼭대기가 가슴께, 아니, 사람 키만큼 올라와 있다. 부풀어 있다. 묫자리에서 흘러나올 것처럼. 그, 포화상태로 컵에 담겨서 표면장력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물처럼.
당연히 두려워해야 할 장면이다. 무서워 벌벌 떨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K씨는 그때,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도대체, 도대체
죽어서까지 뭘 그렇게 처먹은 거야 아버지.
저것 때문이다. 저것 때문이다. 저것 때문에 나도, 아내도 이렇게 된 것이다. 속에서 메스꺼운 것이 올라왔다. 가스가 계속해서 새어 나온다.
배가 터질 것 같다
더는 안돼.
아버지의 터질 것 같던 배가 떠올랐다.
시한폭탄처럼 터질락 말락 하는 아버지의 배 옆에서 가슴 졸이던 날들이 떠올랐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버지의 배가 숨을 먹고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K씨의 심장도 부풀었다, 꺼졌다 했다.
차라리 터졌으면, 빨리 터졌으면.
“... 터트려야 해.”
아버지의 무덤을 밟고 올라가면서, K씨는 중얼거렸다. 만약에, 2년 전에,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죽지 않았다면, 어쩌면 K씨가 그 배를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그때 터트리지 않아서, 그때 터트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K씨는 분명, 그때 터트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무덤이, 아버지의 배가 이렇게 부풀어 올라서
자기 배에 채워 넣는 것도 모자라 자식과 며느리의 배에까지 이렇게 가스가 차도록.
삽을 들고, 무덤 위로 올라갔다. 발에 힘을 꾹꾹 주어 발자국을 남기면서. 무덤의 정 중앙에, 가장 높이 부푼 곳에 올라가 섰다.
터트린다. 터트린다.
K씨는 삽을 높이 치켜들고 아래로 내리꽂았다.
푸악하고, 거무스름한 가스가 터져 나왔다. 냄새, 이 독한 냄새. 그것은 아내의 입에서 나던. 그 냄새... 혼절할 것 같은 기분을 가까스로 버텨내며 눈을 부릅떴다. 삽으로 떠낸다. 무덤을 파헤치고, 파헤친다. 흙을 한 삽 한 삽 떠낼수록 점점, 그 흙 밑에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갈라진 배... 아니 무덤 사이로 드러난 것은, 시체의 커다랗게 부푼 배였다.
터트려야 해. 터트려야 해.
다시, 찍는다. 다시, 가스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다시 내려다보았을 땐, 여전히 배가 빵빵한 시체가 하늘을 보고 누워있었다.
다시 삽을 내리찍는다. 배가 터지고, 가스가 뿜어져 나온다. K씨는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입에서도 아주 역한 냄새가, 시체가 썩은듯한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파헤쳐진 무덤 주변은 점점 가스로 자욱해지고, K씨는 점점 머릿속까지 가스가 들어차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시체의 배는 터지고, 터지면서도 다시 끊임없이 부풀어 올랐다. 거기서 새어 나오는 가스를 들이마실수록, 점점 K씨의 배도 불러왔다.
점점 동작이 느려진다.
점점 머리가 아파온다.
K씨는 두꺼비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가누지 못하고, 결국 뒤로 쓰러졌다.
K씨가 구급대에게 발견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묘지 주변을 넘어서, 자욱하게 퍼지는 메스꺼운 연기 때문에, 화재 위험 신고가 들어온 탓이다. 구급대가 거기에 도착했을 때 발견한 것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묘지의 봉분이 터진 풍선 같은 느낌으로 파헤쳐져 있었고, 그 안에서 겹쳐 쌓인 수십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중 절반 정도는, 날붙이로 복부가 파헤쳐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시체더미에, K씨가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 빵빵한 배가 아니었다면, 그것이 터질 것처럼 불룩거리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 또한 시체 중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묫자리는 확실히 보기 드문 명당이었다고 한다. 처음 K씨에게 명당을 가르쳐준 그 풍수전문가도 이런 명당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만큼. 다만, 이런 명당은 본 적이 없다는 그 말을. K씨에게만 한 것은 아니었다. 풍수사는 여러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고, 명당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은 꼼수를 부렸다. 묘를 몰래 파헤치고, 시신을 겹쳐서 묻었던 것이다. 안에 있는 시체가 점점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무덤도 부풀어 올랐다. 관도 없이 쌓아놓은 시체들이 부패하면서 복부에 가스가 찼고, 그것들이 점점 흙을 밀어 올린 탓도 있었다.
무덤 속에 쌓여있던 시체들은 이장되었고, K씨와 아내의 몸도 차츰차츰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K씨는 안심할 수 없었다. 또 언젠가 누가, 그 무덤에 시체를 집어넣을지 모르니까. 죽어서 무덤에 묻힌 아버지는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더, K씨에게 악몽이 되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아버지에게는 분명히 명당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찾아와 꾸역꾸역 먹을 것을 밀어 넣어주었으니까. K씨는 지금도, 배를 가누지 못하고 뒤로 자빠진 채로 끊임없이 뭔가를 먹어대는 아버지의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