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뒤로 주저앉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거실에 누군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목을 맨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긴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대롱대롱.
뭐야, 이게 뭐야...
산책을 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왔더니 우리 집 거실에 시체가 매달려 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담.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멍하니 시체를 올려다볼 뿐. 아래로 축 늘어진 긴 머리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의 곡선으로 여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스스로 목을 맸다는 것도.
아무래도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천장에 밧줄을 걸고는 올가미에 머리를 넣어 뛰어내린 것 같다.
하지만 짐작 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집엔 나 혼자 살고 있다. 비밀번호를 남에게 가르쳐준 적도 없다. 저건 도대체 누구냐고.
테이블 위에 낯선 종이 한 장이 보였다. 나는 엉덩이를 밀며 엉금엉금 기어서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종이를 집어 들여다보았다.
이건 유서인 걸까. 내용은...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머리칼이 솟구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히익 하고 종이를 내던지고는 네 발로 미친 듯이 기어서 집 밖으로 나갔다. 엉엉 울면서 집에 시체가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 신고를 했던 모양이다. 경찰이 출동한 건 금방이었다.
그리고 떠나는 것도 금방이었다. 경찰이 왔을 때, 집 안에 시체 같은 건 없었으니까. 헛것을 본 거라고, 그렇게 결론 내렸다. 경찰도, 이웃사람도.
그렇게 선명하게 머리에 남아 있는데.
하지만 나로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헛것을 본 거라고. 그 후로도 밤이면 밤마다 그 꿈을 꾸었다. 잠을 설치다가 비명을 지르며 깨는 날이 계속되었다. 매일 밤, 시끄럽다는 이유로 이웃집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상당히 수척해진 얼굴이 거기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머리가 많이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