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허아른 괴담록

by 허아른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건너편에서 뭔가.


뭔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는 얼굴이었다.


남편이다.


남편이 건너편에서 나를 발견하고 요란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양발을 껑충껑충 뛰며 요란하게.


어쩔 수 없이 손을 살짝 흔들어주었지만 남편은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더 요란하게 굴었다.


그래 마치 신장개업한 음식집 앞에서 허리를 뒤틀며 춤추는 막대풍선처럼.


어쩔 수 없이 팔을 들어 커다랗게 흔들어주었다.


창피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남편은 멈추지 않았다. 나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손을 흔들다가


빵 하는 클랙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나는 어느새 인도에서 걸어 나와.


차도 중간까지 나와 있었다.


내 바로 옆에서 차가 빵빵거리고 있었다.


건너편에서는 여전히 남편이 껑충껑충 뛰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식은땀이 목을 타고 흘렀다.


뭐야 대체. 뭐야 이게.


그때, 파란불이 켜지고.


전화가 울렸다.


건너편으로 걸어가면서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남편은 빨간불에 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손을 크게 흔들면서차가 쌩쌩 다니는 차도로 뛰어나갔다고 했다.


아주 반가운 사람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아주 반가운 사람이 건너편에 있는 것 같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남편은 지금 병원에 있다.


그렇다면.


저기서 손을 흔들고 있는.


저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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