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브런치 작가님들께
이 책은 한 관계가 끝난 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와의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마음에는 빈 공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야말로 우리가 가장 외면하고 싶지만,
가장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시간을 글로 통과했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 말해도 닿지 않는 마음,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
그 과정에서 저는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애쓰던 나를 마주했고,
그 시간의 방향을 바꾸어
내 감정을 정리하고 내 언어로 나를 다시 세우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록은 상처를 반복해서 들여다보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흩어진 마음을 천천히 제 자리로 되돌리는 과정이며,
잃었던 감정의 감각을 회복하는 여정입니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종종
‘내 마음이 틀린 것은 아닐까’, ‘내가 지나치게 반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감정이 깊다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관계 안에서 자신을 소거해가며 버텼던 시간,
말이 되지 않는 감정을 오래 붙들고 있었던 시간,
끝까지 표현하려 했으나 닿지 않았던 마음.
그 모든 시도는 실패가 아니라 당신이 사랑했던 방식의 진심입니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당신의 감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은 작지 않았고, 가볍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혼자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브런치에서 함께 연재하고 서로의 글을 지켜봐 준 작가님들이 있었습니다.
조용히 읽어주고,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단단하게
“스스로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준 목소리들.
그 시선들과 응원의 결이 이 글을 끝까지 마침표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서로의 글을 지켜보며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은
저에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과거의 나를 보내는 기록이며, 동시에
지금의 나를 다시 선택하는 다짐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 책을 펼친 당신이
설명해도 닿지 않아 외로웠던 시절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 역시 그 시간을 무사히 통과해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이 책이 위로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당신의 마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 정민
추신.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브런치 작가님 모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몇 주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차기작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작가님들의 새 글을 천천히 정독하며 머무르겠습니다.
꾸벅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