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증거
감정이란, 가끔은 조용한 파도처럼 일렁이고,
어느 순간엔 큰 물결이 되어 마음을 휘감아 버린다.
그럴 때면 숨쉬기조차 힘들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무게가 쌓이고 만다.
오랫동안 그 감정을 부정하며 지냈다.
감정은 사치라며 느끼는 것조차 쓸데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정을 억눌렀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말들은
그저 메모장이라는 세상 안에서
몇 번이고 태어나고 다시 죽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죽일수록 더 큰 존재로 내 앞에 있었다.
그 감정들이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임을 알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내 곁엔 남편이 있었다.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을 알아주었고,
결국엔 파도에 감겨 허우적거릴 때도 기다려 주었다.
그의 조용한 지지가 나에게는 큰 힘이었고,
그와 함께 조금씩 내 감정을 꺼내 이야기할 용기를 냈다.
마침내 파도는 나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란 걸 알았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달라지게 했다.
부모님과의 관계도 그 변화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나는 나로 살겠다고 조금씩 용기 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갈등도 있었고, 많이도 상처받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점점 나를 인격적으로
이해하고 응원해 주셨다.
"딸이 행복하면 좋겠어"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할 만큼 딸을 위해 살아"
그 말들은 내게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감정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감정을 낭비라 말하지만,
그 감정들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
감정은 나를 살아있게 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언제나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 감정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작은 물결들이 모이면
파도를 만들어 내고 또 바다가 되지 않는가.
감정은 낭비가 아니다.
감정은, 내가 나임을 확인하는 가장 소중한 증거다.
당신이 사치라고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