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는 딱 미녀와 야수였다.
엄마는 진짜 예뻤다. 얼굴도 갸름하고, 몸도 여리여리하고.
처녀 때 사진 보면 진짜 감탄이 나온다.
아빠랑 같이 데이트하는 사진을 보면, 딱 미녀랑 야수다.
엄마는 그 시절 ‘황신혜 닮았다’는 소리도 진짜 많이 듣고 다녔다.
나는 어릴 때 학교에 엄마 오는 날이 좋았다.
예쁜 엄마 자랑할 수 있으니까.
반면에 아빠는 좀 평범한 편이었다.
피부도 까맣고, 키도 아주 큰 편은 아니었고, 눈썹도 아주 진했고.
그래도 나이 들어서 아빠 사진 다시 보니까…
그렇게 못생긴 건 아니었다.
조금 넙적한 배우 윤태영 느낌? 아무튼 그랬다.
아무튼, 난 아빠를 닮아서 피부가 엄청 까맣게 태어났다.
엄마 말로는, 딸이라는 말 듣고 나를 낳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은근 기대했단다.
근데 막상 품에 안은 날 보니까, 즈그 아바이만 똑 닮은 게
까만 게 툭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나.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고 했다. 정이 안 갔다고.
그 말 들을 때마다 조금 서운하긴 해도, 지금은 그냥 웃긴다.
반면에 동생 서준이 태어났을 땐,
눈도 땡그랗고 코도 오뚝해서 너무 예뻤다고 했다.
엄마 닮아서.
그래서 외갓집만 가면 맨날 그 얘기를 들었다.
“다은이는 못생겼고~ 서준이는 이쁘고~”
친가에서는 그런 소리 안 했는데, 외갓집에서는 그랬다.
그런 내가, 어느 여름날 복숭아를 먹다가 벌어진 일이다.
큰이모가 복숭아 농사를 지어서 여름이면 집에 복숭아가 많았다.
그 시절엔 “밤에 복숭아 먹으면 예뻐진다”는 말도 돌았는데,
그 이유가 좀 웃겼다.
옛날엔 형광등 불도 잘 없으니까, 밤에 복숭아 먹으면, 복숭아 벌레를 잘 못 보고 같이 먹게 되잖아.
그러니까 벌레 속 단백질도 같이 섭취해서 예뻐진다는 말.
입소문처럼 그런 얘기가 돌았다.
어느 날, 엄마가 복숭아를 자르다가
진짜 엄청 징그럽게 생긴 벌레를 발견했다.
털이 숭숭 난, 진짜로 큰 벌레.
그 벌레를 숟가락으로 푹 떠서 나한테 이러는 거다.
“다은아, 이거 먹으면 예뻐질 수 있다~ 자, 아나~ 입 벌리라~”
어린 나는 눈이 반짝였다.
“진짜? 먹을래! 예뻐질래!!”
입을 쫙 벌리고 제비 새끼처럼 입을 벌렸다.
그걸 본 엄마는 너무 웃겨서 내 꿀밤을 한 대 때렸다나.
“아이고 이 가스나야, 그걸 준다고 진짜 먹나!” 하면서.
지금도 엄마한테 그 얘기 자주 한다.
“어릴 땐 왜 그렇게 예쁘다 소리 안 해줬노.
맨날 서준이랑 비교하고, 고모 닮았다고 카고,
내 보고 고모 집에 가라고, 니는 고모 딸이라고 캤잖아.”
그러면 엄마는 또 깔깔 웃는다.
“아이고~ 그 쪼맨한 기, 입술 짝 벌리고
그 털이 숭숭 난 벌레 징그러버 죽겠는데,
이뻐진다꼬 그거를 먹는다고 입 벌리던 거 생각하면… 우습어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