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불 때는 이모 할매집

by 하린

우리 친할머니는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아빠는 종종,

일요일이면 차를 몰고

가족 넷을 태워

산소에 들렀다.


명절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산소에 다녀온 날엔

꼭,

불 때는 이모할매집에 들렀다.


할머니 대신

아빠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사람.

엄마를 쏙 닮은 이모.

아빠는 늘 말없이 운전했고,

우리는 그 집에 가면

항상 불이 활활 타 있었다.


우리 집은 연탄만 때던 집이었으니까,

이모할매집의 아궁이 불은

늘 신기하고도 낯설었다.

우리는 그 불 앞에 찰싹 붙어 앉아

장작이 들어가고,

화롯불이 붉게 피어오르고,

타닥타닥 소리 나는 걸

얼이 빠진 듯 쳐다봤다.


너무 진지하게 보고 있었던지

이모할매는 가끔

“불 속에 뭐 살아있나?” 하고 웃었다.


저녁시간이 되면

엄마 아빠가 “밥 묵자~” 하고 불렀지만

우리는 꼼짝도 안 했다.

밥보다 불.


결국 “안 먹는다!” 하고 버티다가

혼나고,

억지로 밥 먹고,

잠이 든 채 아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그날 밤이었다.

그렇게 불을 본 날이면

다음 날 아침,

꼭… 이불이 젖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내가 본 불은

그저 장작불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타오르는 불이었다.


그 불 앞에서

아빠는 마음을 덥혔고,

나는…

이불을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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