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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거부한 무의미의 예술

현대디자인사 #1.다다이즘(Dadaism)

by 공일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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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만든 세계가 전쟁이라면, 우리는 이성을 부정하겠다.”

1916년, 스위스 취리히의 한 술집 ‘카바레 볼테르’. 젊은 예술가들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선언했다.

“우리는 예술을 거부한다. 의미를 부정한다.” 그들의 이름은 다다이스트(Dadaist)였다.

그들이 만든 예술은, 기존의 모든 질서에 대한 반항이었다.




혼돈에서 시작된 예술


다다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태어났다. 인류가 ‘이성’과 ‘문명’을 자랑하던 시대, 그 결과가 전쟁이었다는 사실은 예술가들에게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외쳤다.


“이성이 세상을 망쳤다면, 우리는 이성을 믿지 않겠다."


13ceea438216a.jpg The Art Story / Wendtroot

‘다다(Dada)’라는 이름도 우연이었다. 사전에서 아무 뜻 없이 고른 단어, 아기처럼 내뱉은 소리 — 의미 없는 언어로 만든 예술. 이 무의미함이 바로 그들의 메시지였다. 기존의 예술이 ‘질서’를 말한다면, 다다는 ‘혼돈’을 예술로 삼았다.




변기 하나가 뒤집은 예술의 개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변기를 전시장에 놓았다. 그 이름을「샘(Fountain)」이라 붙이고, ‘작품’이라 불렀다. 그는 직접 만들지 않았다. 그저 선택했을 뿐이다.


뒤샹의 시도는 예술의 정의를 완전히 바꿨다.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왜 그렸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


이 한 작품이 오늘날 컨셉’과 ‘아이디어’ 중심의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즉, 다다는 조형보다 사고(思考)를 디자인의 핵심으로 만든 첫 실험이었다.

32a6ce6f1066d.jpg Artsy




질서를 해체한 시각 언어


다다이스트들은 신문, 포스터, 사진을 오려 붙이며 기존 미술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의도된 구성 대신 우연한 조합, 조화 대신 불균형, 미(美) 대신 풍자와 해학.


하나나 회크(Hannah Höch)는 신문 조각으로 기계 부품과 여성의 얼굴을 뒤섞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 낯설고도 파괴적인 이미지는 오늘날의 콜라주(collage), 포토몽타주(photo montage), 그리고 실험적 편집 디자인의 원형이 되었다.

b4bb6eb754108.png MoMA
9d4bb2e0f2809.jpg Raoul Hausmann, ABCD (1923–24). Image via Wikipedia & Berlinische Galerie.




다다가 남긴 디자인의 태도


다다는 단순히 ‘이상한 예술’이 아니었다. 그들의 실험은 “형태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디자인의 전통적인 명제에 질문을 던졌다.


이것은 과거의 장식과 전혀 다른, 현대적 장식이었다.


의도적인 혼란, 우연의 조형, 파괴된 활자 배열은 오늘날 그래픽 디자인에서 ‘창의성’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질서를 깨뜨리는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 — 그것이 다다가 디자인에 남긴 태도였다.


a294c7726613e.jpg David Carson Design
42afd0c80de4f.jpg Medium / AFuncan


왜 지금, 이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할까?


AI가 이미지를 만들고, 알고리즘이 패턴을 정하는 시대. 이제 창의성은 ‘정확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된다.


다다는 100년 전, 이미 그 질문을 던졌다.


“이것도 예술일까?”


그 질문 하나가 세상의 모든 미적 규칙을 뒤흔들었다.


지금의 디자이너 역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의미 없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용기.

그것이 다다가, 그리고 현대디자인이 시작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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