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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과 꿈의 세계

현대디자인사 #2.초현실주의(Surrealism)

by 공일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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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의 시대가 끝나자, 인간은 자신의 내면으로 향했다.”


1920년대, 전쟁이 남긴 상처 위에서 또 다른 예술이 태어났다.

“합리와 논리로 세상을 설명하려던 시도는 무너졌고, 예술가들은 현실 밖의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나침반은 이성이 아니라 무의식(無意識), 그들의 재료는 꿈과 환상이었다.

이것이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시작이었다.




이성 너머의 세계


초현실주의는 1924년,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이 발표한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공식적으로 출발했다.


“그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더 높은 ‘초현실’을 창조한다”고 말했다."


4de3a15c43fb8.png (Manifeste du Surréalisme – André Breton (Gallimard, 1924)

당시 예술가들에게 전쟁은 단순한 참상이 아니라, 인간 이성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들은 이성 대신 무의식, 꿈, 우연의 힘을 믿었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충동을 표현하기 위해 자동기술법(Automatic drawing), 몽타주, 상징적 이미지가 등장했다.




무의식의 언어로 그린 회화


초현실주의의 화가들은 현실을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대신, 꿈속에서 본 듯한 장면을 사실처럼 그려냈다.


ce0abc8d17d09.png Art reproduction – Etsy (Salvador Dalí, The Persistence of Memory)
René Magritte, The Treachery of Images – Wikipedia & MoMA Audio Guide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는 '녹아내리는 시계' 모티프를 반복 변주 하며 시간의 불안정함과 인간의 불안을 시각화 했고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파이프 그림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어 언어와 인식의 모순을 드러냈다.


이들의 그림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지만, 그 안에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무의식이 숨어 있었다.




꿈에서 디자인으로


초현실주의의 사고방식은 미술을 넘어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논리적 구성보다 감정의 흐름을 따르는 시각 언어를 만들었다. 이 감성은 이후 포스터, 패션, 광고, 사진, 영화에 널리 퍼졌다.


1930년대 광고 디자이너들은 초현실주의의 상징과 몽환적인 이미지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제품을 하늘 위에 띄우거나, 인물의 얼굴에 사물을 겹치는 등 현실과 비현실을 결합하는 실험은 소비자에게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다가가는 첫 시도였다.


433c49d7216a2.png (Art market news – ARTnews (Man Ray, Le Violon d’Ingres, 2023))




무의식의 시각 언어


초현실주의자들은 말 대신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전했다. 그들에게 디자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감정의 경험을 시각화하는 과정이었다.


이 생각은 오늘날 브랜딩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정신으로 이어졌다.


초현실주의의 시각 언어는 비이성적이지만, 그 안에는 논리가 있다.


우연의 조합, 꿈같은 상징, 감정적 색채 — 이것이 오늘날 감성 디자인, 콘셉추얼 아트, 비주얼 서사의 뿌리다.


985f3f3826641.png (Art analysis – fineartmultiple (René Magritte, The Treachery of Images))




현실의 틈에서 피어난 상상


초현실주의는 혼란을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성의 경계 밖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으려 했다.


논리로는 닿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 그 안에서 예술은 다시 인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그림은 꿈이었지만, 그 꿈은 현실보다 더 진실했다. 이성의 언어가 멈춘 자리에서 상상력이 세상을 다시 그렸다.


디자인의 시작도, 결국 그 지점에 있다. 형태보다 감정이 먼저였던 순간,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하려는 의지 —

그것이 초현실주의가 남긴 가장 깊은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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