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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 그 속의 완결성

현대디자인사 #6. 미니멀리즘(Minimalism)

by 공일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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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은 오래가지 않는다. 남는 건 결국 덜어낸 후에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다. 그 세계에서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깊이 없는 심플함’이 아니라 덜어내야만 드러나는 본질을 탐구하는 태도다.



복잡함을 지우자, 본질이 나타났다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예술 운동이었지만, 예술을 넘어 건축, 제품, 브랜딩, 인터페이스까지 고들며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그들은 말했다. “Less is more” 덜어내는 것이 빈약함이 아니라 힘이 된다.




미니멀리즘이 말하는 ‘단순함’은 무심하지 않다


미니멀리즘은 무표정하거나 비어 있는 디자인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계산된 디자인이다.


여백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호흡을 위한 구조”

단색은 “재료를 감추지 않겠다”는 선언

반복은 “정보를 정리하는 리듬”

선과 면의 최소한은 “기능의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전략


단순하지만 허술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지만 빈약하지 않으며, 형태가 적지만 메시지는 선명하다.

5b3aa8c28ed5e.jpg Luca Pellegrini – Swiss Design Awards 2025
effcc26b4a5bf.png Ronny Hunger – Swiss Design Awards 2025


미니멀리즘 건축 — 빛과 구조가 만든 가장 단순한 형태


건축에서 미니멀리즘은 ‘덜어낸 건축’이 아니라 빛, 구조, 재료가 스스로 말하게 하는 건축이었다. 대표적으로 안도 다다오, 존 파슨, SANAA 등이 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재료 그 자체가 공간을 만든다.”


벽은 단순하지만 빛은 복잡하게 움직이고, 창은 작지만 프레임은 강렬하게 공간을 분절한다. 단순한 형태 속에서 오히려 공간의 표정은 더욱 선명해진다.

51bc15554f9bb.png Winners 2025 – Architecture Photography Awards


디지털 시대, 미니멀리즘은 다시 ‘기능’을 품었다


화면에서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금, 미니멀리즘은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사용성’을 위한 전략이 되었다.


여백은 UI에서 “터치 영역”이 되고

단색은 “정보 레이어의 우선순위”가 되고

간결한 아이콘은 “언어를 초월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었다


즉,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심미성 + 기능성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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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7e2f18cf1c.png SENA Talkie App – iF Design Award


미니멀리스트들이 지키는 단 하나의 원칙


미니멀리즘은 ‘무엇을 버릴까’보다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은 디자이너에게는 곧 정체성, 메시지, 기능의 우선순위를 다시 묻는 행위다.


브랜드는 가장 강한 키워드 하나를 남기고

제품은 가장 기본적 제스처 하나를 남기며

공간은 가장 명확한 동선을 남긴다


남긴 것이 명확할수록, 사용자는 더 적게 고민한다.



단순함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응축되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한순간에 완성되는 미감이 아니다. 덜어내고 다듬고 다시 판단하는 과정 속에서, 형태는 점점 작아지지만 의미는 점점 밀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은 ‘가벼운 디자인’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무게 있는 디자인이다. 설명이 사라질수록, 디자인은 더 많은 책임을 떠안는다. 남은 요소 하나하나가 브랜드의 철학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수많은 정보, 수많은 이미지가 흐르는 환경에서 미니멀리즘은 더 이상 스타일이 아니라 디자인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무엇을 남길지를 결정하는 일은 미니멀리즘의 시작이자, 모든 좋은 디자인의 마지막 단계다.


결국 미니멀리즘은 이렇게 말한다.


“단순함은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채워야 할 것을 정확히 아는 상태다.”


그리고 이 문장은 브랜딩, 제품, 공간, UI…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지금도 유효하다. 단순함을 선택하는 것은 유행이 아니라, 디자인이 본질을 향해 돌아가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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