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다시 걷기 위에 멈추다

by 헬로 보이저

양떼가 머무는 들판의 오후 초록 위를 걷는 작은 생명들

솔즈베리 붉은 벽돌집. 포틀랜드 뷰. 밤바다와 불빛이 만나는 곡선의 도시




열세개의 도시를 지나
나는 조금 더 나를 알게 되었고
조금은 덜 두려워졌다.

그곳엔 시간이 있었고
바람이 있었고
내 안의 조용한 울림이 있었다.

그날, 스톤헨지 앞에 섰다.

거대한 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문명 이전의 인간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세운 시간의 돌들.

그들은 이유를 남기지 않았고,

우리는 그 이유를 상상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 앞에서 멈췄다.

이 긴 여정의 끝이 아니라,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문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왜 이토록 먼 곳까지 왔을까.

왜 수십 개의 도시를 거치고,

수천 장의 풍경을 기록했을까.

그 대답은 바로 지금,

스톤헨지의 바람 속에 있었다.


지구는 설명이 아니라,

느낌으로 지켜야 하는 것.

사랑이 아니라,

존중으로 머물러야 하는 것.

그래서 나는 다시 걷기로 했다.

이 돌들이 멈춘 자리에 서서—

멈추지 않기 위해.



keyword
이전 14화리우 예수상, 신의 시선 아래서 나를 내려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