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과 바다가 공존하는 나라, 페루

파라카스에서 와카치나까지, 한 사람의 기록

by 헬로 보이저

파라카스 촛대 (Candelabro de Paracas) 바예스타섬 가는 보트 위

La Muña 레스토랑 파라카스파라카스 항구 (Paracas Marina)


완전히 젖었고, 완전히 살아 있었다

페루 리마에서 파라카스까지,
왕복 14시간.
우리는 직접 차를 몰았다.

지도에선 작고 희미한 이름이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곳이 그렇게 깊고, 낯선 세계일 줄은.

파라카스는 기묘한 땅이었다.
사막인데 바다였고,
햇살은 눈부신데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모든 풍경이 말을 아끼고, 대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바예스타섬으로 향하는 보트에 올랐다.
펠리컨 떼가 머리 위를 날고,
물개들이 암초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우리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사막 언덕 위로,
거대한 촛대 모양의 그림이 나타났다.

파라카스 촛대.
누가, 왜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잉카의 항해 표식이라는 설부터
외계 문명의 신호라는 이야기까지.
설명할 수 없는 풍경 앞에서
우리 모두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곧,
갈라파고스를 닮은 바예스타섬이 가까워졌다.
그곳엔 펭귄 떼까지 살고 있었다.
사막과 바다, 고대 문양과 야생 동물—
파라카스는 정말 이상한 땅이었다.

그리고 그날 진짜 파라카스는—
그 바다였다.

보트가 속도를 올리자,
바닷물이 말 그대로 ‘들어왔다.’
처음엔 물방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전신을 덮친 파도.

“진짜 다 젖었어!”
웃으며 소리쳤고,
물은 내 머리카락부터 신발까지 적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 순간,
파라카스는 나를 온몸으로 껴안고 있었다.
물로, 바람으로, 햇살로.

젖은 옷을 털지도 않은 채
우린 다시 사막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와카치나.

지도 속에 숨어 있던 오아시스.
사막 한복판,
야자수와 초록빛 호수가 있다니.
몇 번이고 지도를 확인했지만
마침내,
정말 그것은 눈앞에 나타났다.

사막을 달리던 버기카가 멈췄을 때
모래 언덕 너머로
호수가 반짝이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함께.

우리는 언덕에 올라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걸 바라봤다.
사람 소리도, 차 소리도 멀어지고
남은 건 숨소리와 심장 박동뿐이었다.

그날 나는 알았다.
내가 찾던 평화는
고요한 적막이 아니라,
질주 끝의 멈춤이라는 걸.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우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세상엔 우리 둘 뿐인 것만 같았다.

돌아오는 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곤해서가 아니라,
아직 그 장면 안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모래였고,
그곳은 물이었고,
그곳은 나였다.

그날,
나는 완전히 젖었고,
완전히 살아 있었다.


Paracas 인형 설치 조형물 앞 (Malecon) 와카치나 사막, 가이드와 함께

와카치나 버기카 대기장 (Huacachina Buggy Parking) 와카치나 사막 언덕 오르막길


와카치나 오아시스 전경 (Huacachina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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