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눈을 마주친 도시
산티아고 벽지 마을
산티아고 싸인. 산티아고 독립 성당. 산티아고 국립 예술관
1. 산 티아고
페루에서 크루즈 배로 3일 뒤에 산 마리노항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산티아고.
창밖으로 언덕과 벽화가 지나가고, 익숙하지 않은 공기가 서서히 창 안으로 스며들었다.
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광장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고 있었고, 거리 공연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대성당이 보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거리의 공기가 달라졌다.
국립 미술관은 그 틈에서 조용히 문을 열고 있었다.
나는 칠레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관광소에 물어봤더니, 직원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산티아고 가려면 스페인으로 가야죠."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다.
칠레에도 자신들만의 순례 여정이 있다는 것을.
산타 테레사 데 로스 안데스 순례길은 매년 수천 명이 걸으며,
발파라이소 근처로 바스케스 성지에도 축일마다 사람들이 도보로 모여든다고 했다.
조용한 미술관 안, 조각상들이 줄지어 선 전시실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회색 눈동자를 가진 대리석 인물들 사이를 지나 벽화가 걸린 방에 들어섰다.
노란 안경을 쓴 여성의 눈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언가 오래된 감정이 그 눈빛 속에 잠들어 있는 듯했다.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곳에 머문 시간은 어떤 다짐보다도 분명했다.
2부 – 비야리카, 하얀 숨을 쉬던 날
며칠 뒤, 푸콘의 강가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선명했고,
강물 위엔 얇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멀리 비야리카 화산이 하얀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화산 근처 오솔길에서 여우 한 마리를 만났다.
갈색 털과 날카롭지만 조용한 눈빛.
몇 초간 눈이 마주쳤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숲 속으로 사라졌다.
길을 가르쳐준 것처럼 느껴졌다.
물가에 앉아 있는 동안,
흐르는 물소리와 들숨처럼 천천히 일렁이는 햇살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이따금 바람이 불었고,
무언가가 조금씩 풀려나가고 있었다.
언젠가 이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
3부 – 푼타 아레나스, 끝에서 배운 쉼
드디어, 남쪽 끝자락에 발을 디뎠다. 푼타 아레나스.
배에서 내리자 바람이 먼저 말을 걸었다.
회색 바다, 나무로 된 오래된 부두,
그리고 아무 말 없는 하늘.
부두 끝에 서서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신비로운 풍경에 푹 빠져 있었다.
수천 마리의 새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고,
바다사자들이 반짝이는 물결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어우러진 듯 조화로웠다.
칠레는 새들의 천국이었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고요는 바람을 타고 스며들었다.
시간은 멈춰 있었고, 마음속 무게는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장소에서,
삶은 조용히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마젤란 해협 항해 인증서. 푼타 아레나스 해안가 – 기마 경비대
푼타 아레나스 – 바다사자 절벽. 푼타 아레나스 시그니처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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