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아이아, 세상의 끝에서 펭귄을 만나다
우수아이아 시 전경. 부에노스 아이리스 전망
우수 아아 황제펭귄 커플. 마르티요 섬 펭귄 서식지
우리는 미국에서 출발하여 남미 전체를 크루즈로 돌았다.
배에서 내려서 발을 디딘 순간,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우수아이아.
지도 가장 아래, 얼음처럼 낯선 이름의 도시.
구름은 낮았고, 바다는 조용했다.
부두 끝에는 ‘세상의 끝에서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세워져 있었다.
한없이 멀리까지 와버린 느낌이,
막막함보다 묘한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항구에서 배를 갈아타고 펭귄 서식지로 향했다.
그곳은 말 대신 바람이 모든 것을 설명하던 세계였다.
수백 마리의 펭귄이 서 있었고,
그중 두 마리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이들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몸짓과 깃털 사이로
이상할 만큼 진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조용한 걸음, 단정한 거리감.
그 모습만으로도
누군가의 오래된 기다림을 상상할 수 있었다.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나는 이제,
다시 걷기 시작했다.
2부 – 마드린, 절벽 위의 바다사자와 나
푸에르토 마드린에 닿았을 땐
물빛이 더 깊어져 있었고,
햇살도 묘하게 따뜻했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바다사자들은 그 숨결 안에 있었다.
거칠고 웅장한 그들의 몸짓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평화로웠다.
돌 위에 누워 햇살을 받는 모습,
무리 지어 움직이다가도
어느 순간엔 혼자만의 방향을 택하는 그 자유.
나는 바람을 가르며 서 있었고,
그들과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건 마치,
같은 계절을 통과하고 있는 생명들 간의 인사처럼 느껴졌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바닷소리가
마치 오래된 글자처럼
가슴 안에서 반복되었다.
마드린은 소리 없는 온기로
기억에 남았다.
3부 –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육지에 올라선 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였다.
항구 도시답게, 강물은 바다처럼 넓고 묵직했다.
회색빛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사람들은 햇살 아래에서도 어딘가 무게감을 품고 있었다.
도시를 걷는 동안,
광장에는 자유를 위한 조각상이 우뚝 서 있었고,
라 보카 거리의 벽화엔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 있었다.
한 식당 앞에서 탱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남자의 손짓, 여자의 회전,
두 사람 사이엔 계산되지 않은 감정이 흘렀다.
관광객들을 위한 쇼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동작 하나하나는
분명히 누군가의 삶을 통과한 흔적이었다.
탱고는 멈추지 않았다.
전쟁도, 경제 위기도,
수많은 시위와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름도
이 도시의 리듬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그 춤을 보며 알게 되었다.
삶은 때로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스텝이라는 걸.
부에노스아이레스.
그곳은 춤이 아닌 기억으로 움직이는 도시였다.
그래서 그 춤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그날 밤, 'Tango Porteño' 극장에서 진짜 탱고를 마주했다.
무대 위엔 현악기 연주와 함께
서로의 눈빛으로 리듬을 맞추는 댄서들이 있었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긴장된 선,
그리고 그 선을 타고 흐르는 감정 하나.
누구 하나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삶의 균형을 음악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사랑과 이별, 침묵과 고백,
모든 것이 그 무대에 있었고
그날, 탱고는 진짜 언어가 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강변 전망
카미니토 거리 – 벽화와 식당카미니토. 탱고 쇼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