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나는 왜 대청소 중 인간관계를 끊었는가

내 머릿속 심포지엄

by 엔트로피


프롤로그


일주일 동안 집을 갈아엎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헌 옷을 정리하고, 소파를 새로 들였다.
집이 깨끗해질수록, 이상한 일이 생겼다.
나는 친구들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SNS는 아예 사라졌다.
처음엔 편했다.
알림이 사라지자 뇌가 고요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그때 인간관계를 끊었을까?”




회의 라운드 1: 선언


자율:
“이유는 간단하다. 대청소는 자아 리셋 프로젝트다.
외부 연결은 변수를 만든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중엔 네트워크를 끊는 게 효율적이다.”


안전:
“그게 효율이 아니라 고립이다.
네트워크 차단은 리스크야. 돌아오면 사회적 비용 폭증.”


루틴:
“카톡 응답률 0%, SNS 활동 0%.
규칙 위반 3건. 사회적 프로토콜 붕괴.”


충동:
“ㅋㅋㅋ 솔직히 말해. 그냥 귀찮았잖아.
청소 중에 ‘뭐 해?’ 카톡 오면 폰 던지고 싶었지?”


감정:
“…맞아. 내 세상이 개판인데, 누가 ‘뭐 해?’ 묻는 거 감당 못 했어.
나는 그냥, 방해받고 싶지 않았어.”



회의 라운드 2: 난투전


안전 → 자율:
“효율충 새끼야, 관계는 네트워크다.
네가 리셋하는 동안 세상은 계속 돌았어. 소셜 데드 존 갔다 오면 복구 개 힘들어.”


자율:
“오, 강박충 발언 감사합니다.
근데 데이터 보니, 리셋 기간에 멘탈 안정화 효과 3배였던 거 아냐?
불필요한 인간 채널은 시스템 노이즈다.”


충동:
“ㅋㅋㅋㅋ 시스템이래.
야, 니 인생은 매뉴얼 PDF냐? 인정해, 그냥 카톡 귀찮아서 씹은 거잖아.”


루틴:
“규칙이 깨지면 불안정 발생.
다음 단계: 피드백 루프 파괴. 니 루프는 이미 파스타 루프처럼 개망 중.”


감정 (폭탄):
“닥쳐! 난 그냥…
집이 더럽고 인생도 더러운 기분이었어.
누가 나한테 ‘뭐 해?’ 물으면… 난 그 질문조차 감당 못 했어.”


안전 (비꼼):
“오~ 드라마 각.
제목: ‘방청소가 끝나야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충동:
“ㅋㅋㅋ 맞네. 인생 청소 예능 찍냐?
‘다음 화: 인간관계도 버릴까?’”



라운드 3: 결론을 향해


자율:
“결론 던진다.
고립은 회피가 아니라, 리셋 전략이다.”


안전:
“ㅇㅇ, 하지만 장기화되면 붕괴. 최소 유지 라인 필요.”


루틴:
“시스템 업데이트: 외부 접속 제한, 그러나 완전 차단 금지.”

감정:
“… 나는 도망친 게 아니었어.
나는 살아남으려고 숨었던 거야.”


충동:
“결론: 넌 그냥 인간 방전 모드였던 거지.
근데 인정, 나도 방해받는 거 개 싫음.”



결론


나는 친구가 싫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혼란이 싫었다.
내 방을 비우면서, 나는 세상까지 비우고 싶었다.




“우리가 연락을 끊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우리는 혼돈을 정리하는 동안, 세상까지 정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전문가 코멘트


심리학자:
“이건 전형적인 인지부하 해소 전략입니다.
공간 정리는 자기 통제감 회복을 위한 발버둥이였고
이 과정에서 외부 소통은 ‘추가 부담’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단절이 나타나죠.”


정신과 의사:
“행동으로 보면 ‘회피’지만, 뇌는 생존 전략으로 작동합니다.
ADHD 성향일수록 이런 단일 초점 몰입과 외부 차단 패턴이 강해집니다.”


철학자:
“청소는 단순한 행위가 아닙니다.
사르트르식으로 해석하면, ‘나는 존재를 정리함으로써 자유를 경험한다.’
연락을 끊는 건 고립이 아니라, 실존의 확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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