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는 왜 청소 안 하고 세제만 사도 뿌듯했을까

내 머릿속 심포지엄

by 엔트로피



프롤로그

마트에서 화장실 청소 세제와 가스레인지 찌든 때 세제를 샀다. 그런데 청소는 안 했다.

웃긴 건,

사 온 것만으로도 이미 깨끗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왜 ‘행동’이 아니라
‘구매’에서 만족했을까?




회의 라운드 1: 선언


자율:
“이건 목표 보정이다. 청소는 큰 목표이고
세제 구매는 작은 목표. 부분 달성으로 효율적 만족을 확보한 거지.”

안전:
“효율 꺼져. 니가 지금 환상에 속았어. 청소 안 했는데 깨끗하다고?
이거 뇌 사기야.”

루틴:
“작업 로그 확인: 세제 구입 ✔, 실행 0%.
시스템 경고: 프로세스 정지.”

충동:
“ㅋㅋㅋ 아니 이게 뭔데 이렇게 분석하냐? 그냥 쇼핑 도파민이지.
쇼핑으로 개뿌듯해져서 바로 누운거지 ㅋㅋ"

감정:
“…난 그냥 내 공간이 개판인 게 싫었어.
근데 당장 다 청소할 힘은 없으니까… 세제라도 사면
‘나 노력했다’는 기분이 드는 거지.”



회의 라운드 2


안전 → 충동:
“쇼핑 도파민? 넌 중독자야. 니 뇌는 자판기에서 행복 뽑는 중.”


충동:
“ㅋㅋㅋㅋㅋ 또 경고등이냐? 니 인생은 ‘주의: 빗자루 위험’이냐?”


자율:
“둘 다 닥쳐. 행동경제학 데이터 보면, 인간은 ‘구매'를 실행’으로 착각해서 행동을 미루는 경향이 있데”


충동 (비꼼):
“와~ 논문 발표네. TED 강연 링크 있냐? 제목: ‘나는 세제에 속았다.’”


루틴:
“규칙 위반 누적. 청소 → 0%.
시스템 상태: 실패. 네 뇌는 버그다.”


감정 (폭탄):
" 다 닥쳐! 그냥 오늘 너무 피곤했어.
세제 산건 ‘정리할 의지가 있다’는 증거잖아.”


안전 (비꼼):
“오~ 명언 제조기 등장. ‘세제는 나의 희망.’”


충동:
“ㅋㅋㅋ 다음 화 예고: ‘나는 왜 세제를 장식품으로 쓰는가.’”

[오브서버 FACT CHECK]
“욕설 밀도 250%. 충동 드립력 +20. 감정 울컥 지수 최고치.”


회의 라운드 3


자율:
“구매는 목표 달성의 상징적 행위다.
뇌는 ‘진짜 행동’ 대신, 상징적 제스처로 만족한다.”

안전:
“근데 이거 계속되면 '행동 결핍' 중독됨. 리스크 경고.”

감정:
“인정해. 난 세제를 사면서
‘난 나는 돌보고 있어’라고 믿고 싶었어.”

충동:
“돈 내고 환상 산 거네. 근데 인정, 그 환상 존나 싸다.”


결론
나는 청소가 싫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었다.
세제는 청소가 아니라, 존재 증명이었다.



“우리가 세제를 사는 건 공간을 닦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불안을 닦기 위해 산다.”



전문가 코멘트

심리학자:
“이건 ‘목표 대체 효과’입니다.
행동 대신 준비를 함으로써 뇌가 성취감을 착각하죠.”


정신과 의사:
“즉각 보상 시스템의 대표 사례입니다.
ADHD나 피로 상태에서 특히 강해지죠. 실행은 지연되고,
‘준비’가 뇌의 위안을 대신합니다.”

철학자:
“세제는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건 인간의 불안과 싸우는 상징입니다.
하이데거 식으로 말하면, ‘ 존재의 연기술’이죠.”



청소 후기

솔직히 오늘 퇴근하고는 청소 생각 1도 없었다.
누가 하루 일하고 와서 청소하고 싶겠어?
근데 웃긴 건, 심포지엄 정리하고 바로 청소했다는 거다.

마치 원래 계획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매끄러웠다.

아마 텍스트가 내 머릿속에 명확한 이유를 만들었기 때문일 거다.
정리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완벽!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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