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나는 왜 사다리를 옆으로 돌렸는가

내 머릿속 심포지엄

by 엔트로피


프롤로그


나는 늘 중심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대학은 자퇴했고, 직장은 오래 다니지 못했다. 그 게임의 룰은 나에게 너무 가파르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4년 넘게 회사를 다니고 있고, 관리자 직책도 맡았다. 저축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거북이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사다리를 옆으로 돌렸을까?







라운드 1: 자아 선언


자율: 나는 경쟁을 피한 게 아니라, 해석 방식을 바꿨다. 사다리는 위계고, 그 구조는 내게 맞지 않았다. 나는 구조 자체를 나만의 방식으로 수용했다.


안전: 그 게임에서 나는 이길 수 없었다. 올라가려다 미끄러지는 상상을 너무 자주 했다. 그래서 선택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옆으로 걷는 삶을.


루틴: 정답 루트는 과밀했다. 실패하고 리셋하면서 내 매뉴얼을 쌓았다. 그건 사다리의 매뉴얼이 아니라, 나만의 복구 루틴이었다.


충동: 솔직히 말해서, 그냥 뭐같아서 나왔다. 그 판이 싫었고, 그 안에 있는 나도 싫었고,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근데 튀었더니 살아졌다. 옆길에 여러가지가 있더라.


감정: 그 게임은 나를 원하지 않았고, 나도 그 게임이 벅찼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조용한 틈이 생겼고, 나는 그 틈에서 살았다.




라운드 2: 난투전


나는 그 게임에서 무능력한 사람이었다. 정말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해도 안 됐다. 그 게임도 나를 거부했고, 나도 그 게임을 거부했다.


그러니까 틈이 생겼다. 누군가의 실패와 거절이 아니라, 쌍방의 거부가 만든 공간. 나는 그 틈에서 살았다.
나는 항상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아무도 박수쳐주지 않았다. 근데 나 혼자 주섬주섬 모았다. 집도 생기고, 직장도 생기고, 거북이도 생기고, 저축도 생기고, 베이킹이든 바느질이든, 취미도 생겼다.


나는 중심부의 룰을 이해했고, 그게 내 게임이 아님을 알아챘다. 그래서 그냥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유일하게 가능한 생존 전략이었다.
모두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면, 누군가는 나와야 한다. 나는 그 누군가였다.




라운드 3: 결론을 향해


자율: 구조를 읽었고, 나한테 안 맞는 구조를 굳이 따르지 않았다. 내 루트는 비주류지만, 생존률은 높았다.


안전: 나는 생존을 택했다. 누가 박수치지 않아도, 나는 매일 살아 있었다. 무너지지 않았다.


감정: 나 혼자 살아남은 게 아니라, 그 틈에 삶을 만들었다. 중심이 아니어도 삶은 있다.


충동: 다들 올라가느라 바쁘고, 나 혼자 옆으로 갔는데…? 어라? 괜찮은데?


루틴: 이건 사다리 매뉴얼이 아니라, 틈새 생존 프로토콜이다. 실패 복구 → 루트 재설정 → 생존 확인. 반복 실행 중.


나는 사다리를 오르지 않은 게 후회돼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 사다리가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던 기억이 싫었다.





“나는 틈에서 살았다. 서로 외면한 사이에 생긴 빈 공간에서 나는 나를 살리고 싶었다.”





전문가 코멘트

심리학자: “중심부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자기 세계를 구성하면서 내적 안정성을 획득한다. 그것은 자기 보호이자 재창조다.”


정신과 의사: “사회적 구조에서 이탈한 사람들의 생존은 감정 기반의 직감적 판단에서 비롯된다. 이 선택은 자존감과 직결된다.”


철학자: “존재는 중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틈은 부정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윤리와 감각이 시작되는 장소다.”





이거는 내 조카 팔인데 귀여워서 올립니다

귀여운거 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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