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심포지엄
프롤로그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수조 속 박두팔.
목을 빼고 숨 쉬는 속도, 발가락 벌리는 각도, 오늘 먹은 양.
하루 중 가장 긴 대화가 이 거북이와의 무언의 시선 교환일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관찰하는 걸까
라운드 1: 자아 선언
자율:
“관찰은 데이터 수집이다. 체온, 행동 패턴, 먹이 섭취량 모두 건강 지표다.
두팔이를 세세하게 보는 건 동물 관리의 기본 절차다.
이건 애정이 아니라 사육 매뉴얼의 일부다.”
안전:
“과거에 무심해서 놓친 신호가 있지 않았나.
작은 변화 하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세세하게 보는 건 불안을 예방하는 보험이다.”
루틴:
“관찰 → 기록 → 비교.
아침엔 호흡 확인, 저녁엔 식사량 점검.
하루 두 번, 일일 점검 프로토콜.”
충동:
“솔직히 그냥 귀엽잖아. 목 빼는 거 웃기고, 물장구 치는 거 귀엽고.
데이터 수집? 웃기고 있네, 너 그냥 거북이 덕후야.”
감정:
“이 작은 생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지만, 날 보면 물장구를 치는 그 순간이 좋아서.
그래서 자꾸 들여다보는 거야.”
라운드 2: 난투전
충동: “아니 건강 지표는 수의사한테 맡기라고. 넌 지금 ‘귀여움 중독’이야.”
안전: “중독이든 뭐든 상관없어. 이게 내 마음을 편하게 한다면 그게 목적 달성이지.”
자율: “목적은 거북이 건강 유지다. 감정과 혼동하면 판단이 흐려진다.”
감정: “흐려져도 괜찮아. 내 하루에서 제일 맑은 시간이 이거라면.”
루틴: “관찰 데이터 축적 중. 3일 연속 저녁에 육지로 올라온 기록 있음.
패턴 변화 → 원인 분석 필요.”
충동: “원인? 그냥 오늘 기분이 육지였던 거지. 사람도 그럴 수 있음.”
안전: “그 ‘기분’이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까 보는 거다.”
자율: “여기서 합의점을 찾자. 관찰은 유지, 그러나 기록은 객관적으로.”
[오브서버 FACT CHECK]
반려동물의 미세한 행동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면, 질병 조기 발견 확률이 60%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 있음.
(출처: Journal of Exotic Pet Medicine, 2022)
라운드 3: 결론을 향해
자율: “관찰은 데이터와 애정이 공존할 수 있다. 둘 다 필요하다.”
안전: “단, 변화가 감정 해석에 묻히지 않게 객관성 유지 필수.”
감정: “난 그냥 두팔이가 오래오래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충동: “그럼 오늘도 들여다봐야지. 그리고 귀엽다고 말해.”
루틴: “관찰 종료. 내일 아침 재시작.”
나는 거북이를 보는 게 싫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거북이가 변하는 걸 모르고 지나치는 게 싫었다.
전문가 코멘트
심리학자: “세세한 관찰은 애착의 표현이자, 통제감을 회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
정신과 의사: “ADHD 성향일수록 주의집중을 ‘관심대상’에 장시간 유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철학자: “관찰은 대상보다 관찰자를 드러낸다. 당신은 거북이를 보며 사실 자신을 보고 있다.”
요즘 바느질에 푹 빠졌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