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나는 왜 설거지를 게임처럼 하는가

내 머릿속 심포지엄

by 엔트로피



프롤로그


싱크대 앞에 서면 나는 갑옷 대신 고무장갑을 낀다.
세제는 내 무기, 스펀지는 방패다.
이것은 그냥 설거지가 아니다.
영토를 넓히는 전쟁이자, 나만의 RPG다.

나는 왜 설거지를 게임처럼 할까?





라운드 1: 자아 선언


자율: “작업을 잘게 쪼개면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 한 그릇씩 처리하는 건, 내 뇌가 미션 완료의 쾌감을 빨리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안전: “설거지 안 하면 세균, 곰팡이, 그리고 내 멘탈이 썩는다. 싱크대는 위생의 최전선이다.”

루틴: “그릇 → 접시 → 냄비 → 도구 순서로. 물 온도 45도, 세제 2펌프. 절차를 어기면 시스템 오류.”


충동: “그냥 하기 싫으니까 퀘스트로 속이는 거다. ‘그릇 하나 닦기’ 퀘스트 클리어! 보상: 0원.”


감정: “솔직히 처음엔 너무 하기 싫어서 미칠 것 같다. 근데 바닥이 보이면 갑자기 행복해진다.”





라운드 2: 난투전


충동: “그릇 하나 하고 바로 미션 완료 찍는 이 쾌감, 이게 게임이지 뭐가 게임이냐?”


안전: “그렇다고 설거지를 밀리면 위생 리스크 폭발이다.”


자율: “데이터상, ‘작업 단위 축소’는 작업 지속성을 높인다. 나의 방식은 과학적이다.”


감정: “아 근데 바닥이 드러나면 갑자기 나한테 엔딩이 와버려. 남은 젓가락, 빨대는… 미안하다.


루틴: “빨대 세척은 주 1회 일괄 처리로 시스템 효율 극대화.”




[오브서버 FACT CHECK]

스테인리스 빨대 7개 = ‘주 1회 몰빵 처리’라는 희대의 효율성 꼼수.


충동: “맞아, 그래서 빨대는 한 주치 모아놓고 파티처럼 닦는 거다. 마무리 보스전 느낌?”





라운드 3: 결론을 향해


자율: “나는 설거지를 잘게 나누는 방식으로, 의지력 대신 시스템으로 굴린다.”


안전: “단, 위생 리스크를 막기 위해 빨대 몰빵은 주 1회 이상은 안 한다.”


감정: “사실 설거지가 싫은 게 아니라, 시작하는 게 싫다.”


충동: “결국 시작만 하면, 난 이미 전투에 들어가 있다.”


루틴: “설거지 UI 개선안: ‘싱크대 미니맵’ + ‘보스전 카운트다운’ 추가 제안.”



나는 설거지가 싫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싫었다.



“싱크대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오늘의 국경을 넓혔다.”




전문가 코멘트


심리학자:

“작업을 잘게 쪼개는 것은 ‘마이크로 골(Micro Goal)’ 전략이다. 시작이 두려운 과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면, 보상 회로가 더 빨리 작동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신과 의사:

“‘하기 싫다 → 시작 → 점점 재밌다’는 흐름은 도파민 작용 패턴과 일치한다. 특히 ADHD 성향에서는 ‘시작 전 저항감’이 크지만, 일단 진입하면 몰입 상태로 전환된다.”


철학자:

“싱크대 영토 확장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자기 세계의 질서를 회복하는 행위다. 혼돈에서 질서로, 무질서한 상태를 정복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충동이다.”.





제가 찍은 달사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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