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심포지엄
프롤로그
물건이 보이면 피곤해.
간식이 보이면 먹게 되고,
가방이 보이면 퇴근이 안 된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바구니를 두고,
서랍을 열고, 다시 닫는다.
라운드 1: 자아 선언
• 자율:
“이건 명백히 정보 정리 전략이다.
감각 피로를 줄이기 위해,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한 것뿐이다.
우리는 뇌에 들어오는 정보를 제어할 수 없을 때, 환경을 바꾼다.
나는 감정보다 ‘시야’를 먼저 다룬다.
왜냐하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
• 안전:
“눈에 보이는 건 기억을 남긴다.
눈에 보이는 건 실수를 유도한다.
간식은 체중으로, 가방은 직장으로, 바닥의 티슈는 무기력으로 연결돼.
그래서 나는 숨긴다.
보이지 않게 만들면, 그 순간만큼은 안전하다.”
• 루틴:
“모든 물건은 목적지가 있다.
간식은 서랍, 물건은 바구니, 역할은 가방 안.
매일 반복되는 이 분류 작업은 단순한 수납이 아니다.
이건 내가 스스로를 정리하는 데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 충동:
“난 솔직히 그냥 보이면 하기 싫고, 귀찮고,
먹게 되고, 다시 후회하고,
청소 안 된 거 보면 자꾸 눕질 못하겠고…
그냥 보이면 다 피곤함.
그래서 덮고 넣고 가림. 그게 제일 빠름.”
• 감정:
“숨긴다는 게 무책임처럼 들리겠지.
근데 나는 지금 버티고 있는 거야.
지금 보여버리면, 감정도 따라오니까
나는 일단 시야를 닫는 거야.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었어.”
[FACT CHECK — 오브서버]
• 시각적 자극은 인간의 충동, 감정,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트리거임
• ADHD, 감각 민감자, 또는 정서 과부하를 자주 겪는 사람은
“보이는 것 → 행동 유발 → 자책 루프”를 겪기 쉬움
• 따라서 감정 조절의 1차 수단으로 “시야 제어”를 사용하는 건
자기 보호 메커니즘의 일종이자 고도의 자기 전략
라운드 2: 감정 난투전
충동:
“그냥 보여서 먹은 거잖아.
무슨 핑계를 이렇게 길게 만들어.
눈에 보이면 당연히 집지. 인간이잖아?
그럼 안 보이게 하자고?
그래서 뭐든지 바구니에 넣고 서랍에 감추는 거야?
그러다 바구니 속 삶 살게 생겼네.”
루틴:
“근데 그거 말이 되는 시스템이야.
내가 안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감정을 건너뛰기 위한 동작들이 있는 거거든.
그걸 반복하면 정리되고,
정리되면 나는 움직일 수 있어.”
감정:
“난 그냥 힘든 거야.
그래서 나를 덮은 거야.
내 방이 조용해야 내가 조용해지고
내 거실이 정돈돼야 내가 정돈돼.
정리는 나를 외면하는 게 아니야.
살기 위한 거야.”
안전:
“문제는, 덮어도 다 남아 있다는 거야.
서랍을 닫아도, 그 안에 뭐 있는지 다 기억나잖아.
그러니까 이건 진짜 해결은 아니야.
잠깐 멈춘 것뿐.
그걸 알면서도 멈춰야 되는 사람도 있단 말이지.”
자율:
“나는 그럼에도 이걸 선택한다.
이 시스템이 나를 유지시켰다.
바구니 안에 감정이, 간식 서랍에 통제가 들어가 있다.
이건 내가 나를 덜 무너뜨리기 위한 설계다.”
라운드 3: 결론을 향해
• 자율: “내 정리는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다.”
• 안전: “다시 꺼내는 게 무서울 수 있다. 그래서 주말을 남긴다.”
• 감정: “나는 지금도 뭔가를 덮고 있지만, 그게 나를 보호하고 있다.”
• 충동: “오케이. 인정. 서랍 덮는 거, 그거 은근 쾌감 있음.”
• 루틴: “이 시스템은 매일 반복 가능하고, 그게 핵심이다.”
나는 물건이 보이는 게 싫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감정이 무너지는 게 싫었다.
선물로 받은 케이크 인데
복잡한 마음에 푹푹 퍼먹음
케이크를 먹는 건지 감당하기 힘들어서
이걸로 달래는 건지
나한테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옆에서 보는게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