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깐 숨기
여행으로 숨기_가오슝 편
에피소드 #6. 이직 전에 잠깐만 숨어있을게요
여행지에서 낯선 한국 발신번호가 뜬다면 누구든 놀랄 터다.
낯선 번호를 본 나는 (그 당시 유심도 로밍도 하지 않았어서) 받는 즉시 국제전화요금 폭탄에 들어가는 거겠지, 받아 말아
잠시 고민하다가 대부분 받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이고 필요하면 문자나 카톡으로 오겠지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렇지만 지역번호로 오는 건 왠지 사무실에서처럼 중요한 전화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도서관 옥상 정원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여전히 나라면 여기서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쉴 틈엔 이렇게 옥상에 올라와서 시내 구경하려나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가 울린다.
아마 전화를 건 상대방에게 평소 알림음이 울렸으려니, 설마 국제전화로 이동된다거나 하는 안내 멘트가 있었을까?
어쩌지 어쩌지이이이
“네 여어보세요??”
받았다.
“아, 어? OOO 씨 전화 맞나요? 여긴 △△△입니다. OOO 씨 출근 날짜 확인하려고 전화했습니다”
“아 네! 출근날짜요? 아 네 그렇죠”
당황한 티를 안 내려할수록 당황이 나오는 게 내향인, 아니지 나의 특징
인사팀장은 전화한 목적대로 지난주 이미 통보받은 출근 확정 문에 이어 나의 출근 날짜를 유선으로 확인했고, 사무실 위치는 아는지 와 본 적 있는지 (면접은 다른 지역에서 봐서 가본 적은 없다) 출근시간은 9시이고, 등등 기본 사항을 안내하고 뭔가 궁금한 사항은 없어요?를 물었다
난 상대방인가 난가 아니면 둘 다 인가 어마한 국제요금이 나올 게 걱정돼서 + 이 긴장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싶어서 괜찮습니다, 로 마무리하려는데
또 어떤 얘기를 시작하려길래
“저기... 저, 제가 그러니까, 제가 지금 집에 아니 한국에 없어서요.”
“한국에 없다?? 엥?? 외국이요?”
“네..” 왜 때문에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까, 그냥 말하지 말까ᅠ갈!! 마음속 후회쟁이가 나를 혼냈다
“어디요? 외국 어디요?” 왜 궁금한 거지 하며 거짓말은 또 요령도 없고 순발력도 없는 탓에
이실직고..
아~ 전화를 끊고 출근할 사무실은 아마
“ 그거 알아요? 다음 주에 출근하는 직원 있잖아요, OOO 씨라고, 그 사람이 지금 한국에 없다네요? 대만에 있대요 글쎄, 이야 팔자 좋게 외국이네요 ”
실제로인지 아닐지 그저
수화기를 끊고 속으로만 “다음에 출근하면 물어나 볼까” 그도 아니면
내 전달사항은 전달했고 어서 다음 업무 할까
했을 수도 있다
그저 가끔씩 다른 직원이 “20년에 대만 갔었잖아요 그쵸?” 라며 언급한 적이 한두 번 있고 아직도 대만 얘기가 나오면 나를 가리키는 걸로 봐서 임팩트가 아니 없지는 않았나 보다 할 뿐이다.
난 이날 받은 출근 전화의 근무지에서 여전히 5년 차 직장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 직장에서 나와서 딱 남은 일주일 동안 4일을 이번 가오슝에 할애했다.
나는 여전히 틈틈이 연차를 쓰며 여행으로 숨고 있고.
자, 다음은 어디로 숨어볼까나.
제 첫 브런치북 연재를 아주 짧게나마 읽어주시고 반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일기만 쓰던 제가 남에게 다 보이는 글을 쓴다는 것은 여간 겁이 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꾸 숨고 싶고 내가 이걸 왜 쓰기 시작했을까
누가 보긴 볼까, 보면 어쩌지 안 보면 어쩌지
하며 호들갑스럽게 걱정만 늘었습니다.
그런 제가 어쨌건 저와의 약속으로 시작한 이번 연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조용한 반응에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아니지 일단 가봐야지 하면서 고민만 가득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기에 작은 안도를 내쉽니다.
자,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또 여행으로 숨어있다가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그때도 또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