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이 없어서 감사해

by 해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이었다. 오늘도 추웠고, 하얗게 입김이 흩어졌다. 먼저 흩어진 입김을 따라 걷던 그런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일찍이 도착한 사무실은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다.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신 사장님이 틀어둔 온풍기가 얼어붙은 내 볼을 발그레하게 만들었다. 무심한 듯 소소하게 챙기는 그분의 마음이 고마웠다.


시커멓고 못생기기 짝이 없는 의자에 나의 유니폼과도 같은 분홍빛 패딩을 툭 걸쳐놓고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린다. 종이컵에 커피 믹스 한 봉을 털어 넣고, 아니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두 봉. 칼로리는 잠깐 모르는 걸로 하자며 눈을 감아버린다. 그 사이 펄펄 끓어 오른 물은 잘도 수증기를 내뿜었다. 조심스레 포트를 들어 올려 종이컵 안으로 쏟아 넣는다. 조심히, 조심히. 난 데이는 건 무서우니까.


옅은 아이보리빛 바지에 흘리지 않게끔 살살 움직여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내가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자세로 고쳐 앉았다. 이 추운 겨울에 무슨 하얀 바지냐고 묻는다면 "알 바야?"라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물어줄 사람은 없다. 그러니 나 혼자 자문자답을 해본다.


"하얀 바지가 추워 보여."
"알 바야?"


사장님 모르게 혼자 중얼거리는 내가 자못 우스워 버석하게 말라버린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버렸다.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어가며 호로록-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


평소에는 몰랐던 약한 탄 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늘상 먹던 '개당 150원 꼴'의 커피 믹스에서 이런 맛이 난다니. 한 시간도 안 되어 미친 듯한 심장의 박동이 시작될 테지만, 그것쯤이야.

아, 나는 카페인에 져버리는 찌질이니까 손도 떨리겠지? 신이 나서 그렇다고 하지 뭐.


아, 달다.

뒤이어 느껴지는 단맛이 사랑니를 찌릿하게 만들고야 만다.


아,
별일 없이 평범한 오늘.


참 좋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많이 뜸했죠?


저는 지금 원고 마감을 3주 정도 앞두고 있어요.
이번 원고에는 제 글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함께 들어가게 되어, 요즘은 조금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작가님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여기는 오늘 영하 12도예요.
모쪼록 감기 조심하시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평범해서 더 좋은 그런 하루들을 보내고 계셨으면 해요.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얼른 찾아와서,
그동안 밀렸던 라이킷 테러하러 갈게요!


언제나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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