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S, 나의 시작을 마주하다

아픔은 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시작이었다.

by 가람

2023년 봄, 나는 수술대 위에 있었다.
의사는 흔한 수술이라고 했다.
며칠이면 괜찮아질 거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엔 단순한 통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았고,
통증은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마주한 진단 —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낯설고, 무서운 이름이었다.
그 이름 하나로 내 일상은 조용히 무너졌다.


나는 사회복지사다.
누군가의 아픔을 듣고,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아프게 되자
세상은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다.
“괜찮아요.”라는 말조차 낯설게 느껴졌다.
아프다고 말하면
너무 약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입을 다물던 날이 많았다.

그렇게 혼자서 조용히 버티는 시간 속에서
나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몸이 낫는다고 마음까지 괜찮아지는 건 아니구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마음의 이야기를 배우고 싶었다.
그건 누군가를 돕기 위한 다짐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고 했다.
그 말이 내 마음 한켠에 오래 남았다.

나는 믿는다.
나의 상처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다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아픔이 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는 시작이길 바란다.”


“아픔이 내 삶을 멈추게 하진 않았다.

오히려 다시 살아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