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굴러가는 삶

항암하는 엄마와 두 발 자전거 타는 딸

by Mirmamang

세 아이를 키우며 "이제 이 아이가 사람 구실을 하겠구나", "이제는 조금 손을 놓아도 되겠구나" 싶었던 순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두 발 자전거 타기'였다. 1호기와 2호기는 내가 지금보다 훨씬 젊고 기운이 있을 때, 허리가 부서져라 잡아준 덕분에 이미 신나게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3호기는 여전히 네 발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그마저도 언니 오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재미가 없다고 자전거 타는 일조차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내가 암에 걸렸다. 항암, 수술, 방사선, 표적 치료까지 이어진 9개월 동안, 3호기의 자전거는 집 한켠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몸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나는 매일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3호기가 두 발 자전거 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나의 마지막 숙제를 이제 해야겠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 학교에서 돌아온 3호기와 남편, 그리고 나는 집 앞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잡아주는 것도 벅찼다. 체력이 바닥나 남편과 바로 교대를 해야 했고, 자전거가 넘어질까 봐 브레이크를 연신 잡는 3호기를 보며 속은 타들어갔다. 하지만 무서움을 이겨내는 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첫날의 시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최소 3일, 하루 30분씩만 해보자.”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맞이한 둘째 날.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 오늘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상상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연습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3호기가 조작하는 핸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발은 자꾸 바닥을 향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말해주었다.


“처음엔 다 그래. 언니, 오빠도 그랬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 어제보다 나아졌을 거라는 믿음으로 둘째 날의 연습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셋째 날. 내 마음속의 마지막 연습날.

남편의 지친 얼굴, 내 안의 조급함, '이제는 정말 됐으면' 하는 바람이 하루 종일 맴돌았다. 오늘도 자전거를 챙기고 보호장구를 착용한 3호기는 어제보다 더 단단한 얼굴로 페달에 발을 올렸다. 내 구령에 맞춰 ‘하나, 둘, 팍!’ 아이는 반복해서 도전했고, 속상함과 눈물이 뒤섞인 그날도 그렇게 저물어갔다. “오늘도 안 되나...”

고개를 떨구려는 찰나.

저 멀리,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3호기가 보였다.

넘어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엄마'하고 부르며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북받쳐 올랐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이 아이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날,
3호기는 두 발 자전거를 배웠고, 나는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배웠다.

3호기와 나의 두 번째 삶의 시작이었다.

KakaoTalk_20250831_231101946.jpg
KakaoTalk_20250831_231543231.jpg
자전거를 잡아주는 남편&두 발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달리는 3호기@mirmamang
keyword
이전 24화예상치 못한 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