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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피드백이 상처가 될 때

피드백이 아플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

by 서른리셋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피드백을 받는다.
그런데 어떤 피드백은 고치면 되는 의견이고,
어떤 말은 마음을 그대로 찌른다.

“조금 별로인 것 같아요.”
“생각했던 느낌이 아니에요.”
“이건 제가 원한 방향이 아닌 것 같아요.”


말은 짧은데, 그 여운은 길다.
특히 시간을 들여 만든 결과물일수록 그렇다.
단순히 일이 아니라, 나의 감각과 선택이 함께 들어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헷갈린다.
이 피드백이 결과물에 대한 건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평가인지.

그래서 마음은 쉽게 상처를 받는다.


‘내가 부족한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질문은 점점 나를 향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대부분의 고객 피드백은
나를 향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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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마음속에 이미 어떤 로고를 그리고 있다.
색, 분위기, 느낌, 쓰임새까지
그런데 그 그림을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결과물을 보고 나서야
“아, 이건 아니네.”라고 말한다.
그 순간 우리는 상처를 받지만,
사실 그 말은 이제야 본인의 생각을 발견한 결과에 가깝다.

이걸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의 나는 피드백 하나에 하루를 무너뜨렸다.
밥맛도 없고, 작업도 손에 안 잡히고,
괜히 나 자신이 작아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색을 좋아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흰색이 깔끔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흰색이 차갑다고 느낀다.
누군가는 심플함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화려함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취향은 틀림이 아니라 차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
피드백은 상처가 된다.

그 후로 나는 피드백을 이렇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건 나의 실패가 아니라,
이 사람이 원하는 방향을 더 정확히 알게 된 순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덜 흔들렸다.
수정도 더 차분해졌고,
오히려 결과는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여전히 아픈 말은 있다.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노력한 결과가 부정당하는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상처는 네가 진심으로 일했다는 증거야.”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피드백이라면,
아마 애초에 마음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고객의 피드백이 상처가 될 때,
그 상처를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상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규정하도록 두지만 않으면 된다.

일은 조정할 수 있지만,
나 자신까지 깎아낼 필요는 없으니까.


오늘 피드백 하나에 마음이 무너졌다면,
이렇게 물어봐도 좋겠다.

이 말은 정말 ‘나’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그 사람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상처의 깊이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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