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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무너진 날, 어떻게 회복했는가

감정이 바닥났을 때 꺼내 쓰는 비밀

by 서른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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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퇴사를 상상하면 보통 이렇게 말한다.
“퇴사하면 좀 쉬고, 마음도 편해지고, 다시 나를 찾는 시간이 되겠지.”

"마음도 편해지고, 다시 나를 찾는 시간이 되겠지.”
어쩌면 오랜 시간 억눌렸던 삶에서 잠시 해방되는 듯한 이미지로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의 나는 전혀 달랐다.

퇴사를 하고 스스로 직업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매일 나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지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나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이걸로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퇴직금은 바닥나가는데, 다시 직장을 들어가는 것이 맞는 걸까?’

이런 나와의 대화는 어느새 부정적인 사고로 흘러가
우울감과 감정의 무너짐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힘들어서 밥도 잘 먹지 못했는데
나중엔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기 시작했다.
배달을 시키고 정신없이 먹고 나면 또 내가 한심해 보였다.
기분은 더 가라앉고, 얼굴은 붓고, 몸도 무거워졌다.
작은 생각 하나가 결국 몸과 마음을 모두 무너뜨리는
나비효과처럼 퍼졌다.


뇌는 왜 부정적인 생각에 더 강하게 반응할까?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정보를 더 강하게 기억하는 성향이 있다.
이걸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과거 생존을 위해 위험·공포·불안 같은 부정 자극에 더 민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를 사는 우리도 긍정보다 부정에 더 크게 흔들린다.
부정적 생각은 나의 성격이나 잘못이 아니라 뇌의 기본 설계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무너진 날마다 나를 회복시키는 루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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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문을 열고 환기하기

감정이 무너졌다면,
무엇보다 먼저창문을 열고 공기를 바꿔라.

그리고 3초 동안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6초 동안 길게 내쉰다.

왜 숨을 쉬면 기분이 나아질까?

깊은 호흡은 교감신경(긴장·스트레스)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안정·휴식)을 활성화한다.

환기는 새로운 공기 → 새로운 후각 자극 → 감정 전환으로 이어진다.

즉, 공기를 바꾸면 감정도 바뀐다.



2. 운동화 신기

운동화를 신고 산책을 한다.
산책은 정신과학에서 ‘움직이는 명상’으로 분류된다.

왜 산책이 감정 회복에 효과적일까?

시야가 좁은 실내에서 넓은 바깥으로 확장되면서
뇌의 주의 전환이 일어난다.


작은 풀잎 하나, 하늘의 흰 구름, 산책 나오는 강아지,
줄을 지어 가는 개미들까지

이 작은 생명들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구나’
라는 감정을 일으키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실제로 낮춘다.

그 순간, 마음속 부정적 파도는 조금씩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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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람은 모두 같은 색을 좋아할 수 없다.

내 직업인 디자이너에게 감정이 무너지는 날은
최선을 다한 디자인이 거절된 날이다.

“죄송한데 환불 가능할까요?”

그 말을 처음 들으면
3일 내내 아니 일주일 동안 심장이 쿡 하고 아프다.
내가 며칠 밤을 새우며 만든 결과물이
한순간에 버려진 느낌이 든다.


감각이 부족한가? 재능이 없나?
스스로를 난도질하는 생각들이 밀려온다.

하지만 어느 책에서 본 한 문장이 나를 구했다.

“사람은 모두 같은 색을 좋아할 수 없다.”

정말 그랬다.
누군가는 흰색이 깨끗해서 좋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흰색이 밋밋해서 싫다고 말한다.
색의 취향이 다른 것처럼
디자인 취향도 모두 다르다.

그걸 인정하자,
내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누군가의 피드백은 ‘나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색’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해하고 수정을 하다 보니
오히려 더 만족도 높은 디자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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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무너진 날,
“나는 왜 이러지?”라고 자신을 탓하면
작은 눈덩이는 금방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그럴 땐 잠시 멈추고,
따뜻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이 감정은 일시적이야.
지금은 잠깐 흔들릴 뿐이야.”

창문을 열어 공기를 바꾸고,
운동화를 신고 세상을 걸어보고,
사람마다 다른 색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그리고 마지막에,
지친 내 심장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미안해, 심장아.
고생했어.
이제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게.”

나는 그렇게 회복했고,
그 덕분에 오늘도 다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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