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결심은 없었지만, 여기까지 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과정평가형으로 수업 및 외부 평가로 6개월을 준비했다.
이걸 따면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이제 뭐 해야 하지?’
정리할 틈도 없이 조급함이 밀려왔다.
모아둔 돈도 바닥이었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엔 내가 너무 초조했다.
자격증 따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컴활자격증도 따고, 취업박람회도 다녀오고, 여러 군데 구직서류 냈고, 면접도 다녔다.
그런데 직상사 면접은
내가 여태 병원에서 보던 면접이랑 완전히 달랐다.
압박이 심했다.
질문이 칼같이 들어오고,
대답할 틈도 없이 다시 묻고, 꼬집고, 흔들었다.
면접을 보고 돌아오면서 눈물이 난 적도 있다.
같은 회사 면접을 두 번 본 적도 있다.
떨어졌다가 예비로 들어간 적도 있었고,
지망도 아니던 사업 면접을 봤다가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그때 알았다.
지금의 나로는 부족하다는 것.
경력도, 실적도, 상담 기록도
나라는 사람을 증명할 게 너무 없었다.
‘더 좋은 곳에 가려면,
지금 여기서라도 뭔가를 쌓아야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버텨보기로 했다.
상담 실적, 기록, 나만의 케이스를 모으고,
필요한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망설이면서도 이력서를 냈고,
면접을 봤고, 3주 만에 결국 취업이 결정됐다.
결심은 없었고, 그냥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그 6개월을, 버티고 준비했던 나를
허공에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막상 들어오니 또 나답게 몰입했다.
외부 강의 찾아 듣고,상담 기법 자료 모으고,
어떻게든 익숙해지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좋아서라기보단, 이미 시작한 이상 못 놓는 성격이라서.
요즘 자꾸 떠오르는 게 있다.
크럼볼츠의 ‘계획된 우연 이론’.
우연처럼 보이는 일이
사실은 나를 이끄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말.
나도 그랬다.
이 자격증도, 이 선택도, 지금 이 자리도
처음엔 그냥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내 일상이 되었다.
나는 이 이론을 좋아한다.
딱딱한 계획보다
조금은 흐릿하지만 내가 진짜 발 딛고 있는 지금을
이론이 아닌 삶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이걸 더 파보고 싶다.
누군가의 진로를 돕는 사람으로서,
계획된 우연이 어떤 흐름을 만드는지를
나부터 경험하고 싶으니까.
나도 내 선택이 정확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라‘놓기엔 아까워서’였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지금 이 우연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그건 나도 궁금하다.
1화. 직업상담사가 되기 전, 나는 이런 걸 할 줄 알았다
할 줄 아는 건 많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게 없던 시절.
가게를 접고 자격증을 껴안게 된 그 시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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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나는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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