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4화 버티는 건 애정이 남아서가 아니라, 이직도, 퇴사도 망설여지는 지금

by 허브젤리

첫 출근 날부터 흔들렸다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의외로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 같다.
첫 출근 날부터 그만두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일이 너무 낯설고 힘들어서였고,
지금은 사람도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


관계가 일보다 더 어려웠다

일보다 힘든 건 관계였다.
보고 체계에 따라야 하고,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러워야 하고,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가 나중에 뒤엎어질까 봐 긴장하며 메모했다.
소외감을 느끼고, 눈치를 보고, 뒷말에 흔들렸다.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그저 실적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소비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자주 묻곤 한다.


내담자의 말 한마디가 유일한 위로

그래도 일은 익숙해졌고, 내담자에게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말 한 줄이 나를 붙잡았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번 달까지만, 이번 교육까지만

매일 다짐한다.
이번 달까지만.
이번 교육까지만.
이번 프로젝트까지만.
그만둘 이유는 넘쳐나지만,
당장 그만두지 못할 이유도 분명하다.


버티는 건 현실 때문이다

가끔은 마음이 아니라 카드값이 나를 붙든다.
자격증 교육비 할부도 아직 남아 있고,
생활비를 생각하면, 적어도 다음 달까진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내가 못 그만두는 건 애정 때문이 아니라, 현실 때문이다.


교육은 열정이 아니라 탈출 계획서

“샘을 보면, 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살짝 웃게 된다.
열정 때문은 아니다. 나는 이 일이 너무 좋아서 몰입하는 타입은 아니다.
다만,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내 커리어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교육은 내 ‘탈출 계획서’ 같은 거다.
그러니까 열의라기보단 생존 전략이다.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 이직하면 또다시 ‘신입’ 일 텐데,
내 커리어는 그렇게 자꾸 움직여도 괜찮을까?
그 물음에 아직 답을 못 했다.
그래서 오늘도 출근했다.
그만두기엔 아직 모르겠는 이유를 품고.

“버티는 건 애정 때문이 아니라, 현실 때문이다.

그만두고 싶은 이유와 못 그만두는 이유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출근했다.”


작가의 말

지금도 남의 커리어를 이어주는 직업상담사로 일하는 나 자신이 낯설어요.
그만두고 싶은 이유와 못 그만두는 이유 사이에서
매일 진짜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출근하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이 오늘 하루를 견딜 작은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음 이야기 | 「내가 가진 것과 버텨야 했던 것들」

자격증 하나로 시작했지만, 실적과 감정노동,

그리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싸움은 계속됐다.

나는 무엇을 갖고 있었고, 무엇을 견뎌야 했을까?


지난화가 궁금하다면?


1화. 직업상담사가 되기 전, 나는 이런 걸 할 줄 알았다
: 자격증 부자였던 나는, 상담사가 되려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한 훈련이 내 경로를 바꿨다.

https://brunch.co.kr/@jellycareer/6

2화. 나는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담자와의 만남이 내가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되었다

https://brunch.co.kr/@jellycareer/8

3화. 3주 만에 취업한 이유

: 과정평가형 훈련 6개월의 결실,

그리고 크럼볼츠의 '계획된 우연 이론'처럼 펼쳐진 취업의 이야기.

https://brunch.co.kr/@jellycareer/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