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디저트를 만들던 내가, 직업상담사가 되기까지
나는 자격증 부자였다.
간호조무사, 제과기능사, 바리스타 2급, 정보처리기능사, 워드프로세서 1급.
심지어 슈가크래프트, 마카롱전문가 수료증도 갖고 있었다.
간호조무사로 8년간 병·의원에서 근무하며 사람들의 회복을 돕기도 했고,
그 후에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어서 디저트를 시작했다.
그런데도 가게를 정리하고 나니, 막막했다.
뭘 할 줄 아는지는 분명했는데, 정작 뭘 하고 싶은지는 잘 몰랐다.
사실 내 가게는 꽤 잘 나갔었다.
오프라인 행사도 자주 나가고, 온라인 박람회에도 참여하며
하루에 700건 가까운 주문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몰렸던 날도 있었다.
여러 오픈마켓을 운영하며 혼자서 만들고, 내 소울메이트와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포장하고,
고객 응대까지 했다.
기획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걸 혼자 해낸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만큼, 모든 것이 나에게만 의지된 구조였다.
시간이 갈수록 내 손도, 마음도 닳아버렸다.
사실 처음부터 직업상담사가 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나는 당분간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가게를 접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보자'며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신청했고,
거기서 나는 구직활동 대신 직업훈련을 선택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직업상담사 2급 과정평가형이었다.
‘이 자격증 하나 따두면, 나중에 준비하던 일에도 도움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과정 내내 생소한 용어와 실습, 그리고 시험.
이게 단순히 자격증 취득을 넘어, 진짜 '직업으로 연결되는 문'이라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자격증을 따고 나서는 고민이 깊어졌다.
내가 원래 하려던 일로 돌아갈까, 아니면 이 길로 가볼까.
하지만 ‘이걸 따느라 들인 시간과 노력’이 자꾸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삼 주 만에 바로 취업했다.
준비도, 각오도 채 다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왕이면 해보자”는 마음으로 현장에 들어섰다.
주변에서는 종종 말한다.
“샘은 자격증도 많고, 먹고살 걱정은 없겠어요.”
그 말이 틀렸다고는 못하겠지만, 정작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어도 지금 그 일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디저트를 만들며 보낸 8년도 이제는 손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우리 가게는 나와 너무 잘 맞는 공간이었다.
제품도, 동선도, 손님도 내 방식에 맞춰 설계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디저트 가게에 들어가 ‘직원’으로 일할 수 있을지
지금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나는 늘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일’보다,
‘내가 아직 떠나지 못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이 일이 나와 정말 맞는지, 계속할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내가 이 일을 택한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해 준다.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말은 자격증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지만,
내게는 가장 소중한 증명이다.
직업상담사가 되기까지,
그 이전의 나를 찬찬히 되짚어보며 써 내려간 첫 기록이에요.
간호복을 입었던 시간도,
앞치마를 두르고 디저트를 만들던 시간도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일부였다는 걸,
이 글을 쓰며 비로소 인정하게 됩니다.